돌아앉아 “네탓” 공방…與·野 대화는 없다?
수정 2004-11-06 14:42
입력 2004-11-06 00:00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보좌관들은 “공식 대화채널이 막히면 비공식 대화가 활발히 오가야 하는데,17대 국회에는 그런 일을 할 만한 중진들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탄핵풍’으로 중진들이 우수수 낙선하는 바람에 ‘막후정치’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식 채널이 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거의 매일 만나거나 전화를 주고받고 있지만, 뚜렷한 결실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종걸 의원과 남경필 의원도 부지런히 얼굴을 맞대고 있지만, 성과와는 거리가 먼 형국이다. 이는 개인적 역량의 부족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역학관계가 바뀌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이나 총재 등 1인 보스 아래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체제가 사라지자, 개별 의원들이 원내대표의 위상을 인정해주지 않고 걸핏하면 반발하는 바람에 원내대표로서의 재량권이 크게 약화됐다는 것이다.A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설령 원내대표가 합의해오면 뭐하나. 당내에서 별의별 반론이 다 쏟아질 텐데….”라고 자조했다.
시스템 문제도 거론된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옛날에는 정무장관이나 청와대 정무수석이 막후에서 야당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자리마저 없어지지 않았느냐.”면서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야당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하는데 우리는 여당 의원이 대통령 만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참에 정치문화 자체를 개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형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의회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공식적인 룰보다는 품위있는 비공식(informal)적 관행을 더 중히 여긴다.”면서 “미국처럼 ‘상호 존중’의 불문율을 여야 스스로 정립하지 않으면 막말정치와 파행은 영원히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04-11-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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