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시니카 시대로-중국의 비상] 嫌韓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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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운 기자
수정 2008-09-02 00:00
입력 2008-09-02 00:00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베이징올림픽은 중국에서 ‘혐한류’의 존재를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재중국 한국인회의 한 간부가 “이 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다. 십수년을 중국에 살아온 나도 새삼 놀랐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올림픽계기 인터넷넘어 사회전반으로

경기장을 다녀온 이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혐한류에 대한 얘기가 거론될 때마다 침소봉대하지 말라고 주변 사람들을 타이르곤 했는데, 이번에 현장을 다녀보니 그게 아니었더라.”는 인사도 있었다.

교민들은 2002년 월드컵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당시에도 베이징대 인터넷에 ‘대한견국(大韓犬國)’ 등의 표현이 등장하고, 언론 매체들이 온갖 부정적인 표현들을 마구 쏟아내 주중 한국 대사관이 해당사에 항의를 했을 정도로 혐한류는 적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국팀에 대한 반감에는 시기심이 많이 내포됐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한 교민은 “당시는 언론과 인터넷뿐이었고, 중국인 지인들이 전해온 혐한류의 강도도 지금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프라인에서, 피부로 실감하게 됐다는 점에서 느낀 점들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혐한류의 확산 과정에 보다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다. 혐한류의 확산 통로인 ‘중국 인터넷’의 기능과 방향성에 주목하는 시각이다. 올림픽 성화 봉송 때 일본에서는 일본인이 중국인을 구타한 사건이 있었다. 일본은 사건 보도를 통제했고, 중국도 여론의 확산을 시작부터 막았다. 한국에서는 한국인이 중국인에게 구타를 당했는데도, 중국 네티즌은 ‘왜 한국에서만 직접 충돌이 일어났느냐.’고 분개했다는 것이다.

한국 안일한 대응했다간 낭패 볼 수도

얼마든지 인터넷 통제가 가능한 중국 정부가 왜 한국 네티즌의 공격에는 손을 놓고 있느냐는 지적인 셈이다. 중국은 과거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미국 방문 때 갖가지 불상사가 빚어져 외신에 보도됐을 때도 자국 언론은 철저히 통제했다. 이에 대해 “점증하고 있는 ‘중화주의’의 표출구로 한국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혐한류는 마늘·김치 파동과 역사·문화 갈등, 티베트 사태 및 지진참사 비하, 성화봉송 충돌 등 한·중 수교 이후 누적된 오래된 마찰에 정치·외교적 요소가 결합돼 드러난 복잡한 문제”라면서 “민간은 민간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세밀하게 관찰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jj@seoul.co.kr

2008-09-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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