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5월11일 입양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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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국 기자
수정 2006-05-02 00:00
입력 2006-05-02 00:00
# 입양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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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뱃속에서 열 달을 인내하며 힘든 산통 끝에 세상에 나온 소중한 생명, 그러나 이보다 더 아름다운 탄생의 순간이 있다.

지난달 14일 찾은 성가정 입양원. 서울 성북동 북악산 자락에 있는 국내입양기관이다. 봄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은 오솔길을 따라 들어서자 입구에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인연은 입양입니다’라는 팻말이 보였다. 마침 그날은 강인중(36·충남)·한여빈씨 부부가 건이(4·친생자) 동생 상우(가명·8개월)를 입양하는 날이었다.

“떨리고, 설레고, 고맙고... 상우를 만날 생각에 어젯밤엔 잠이 오질 않더군요. 건이가 병원에서 태어나던 날, 그런 감정이에요.”

“오늘부터 건이와 상우가 형제가 되잖아요. 서로 ‘형제라는 느낌의 끈’을 하루라도 빨리 이어주고 싶어 일부러 새 옷을 사지 않고 건이가 입던 옷과 양말을 깨끗이 세탁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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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 입양이란 “한 가족이 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정선기씨 부부. 왼쪽부터 안나오미씨, 넷째 휼(입양), 첫째 새별(입양), 둘째 새날(입양), 결이(친생자), 정씨. <서울여대 교정에서>   (사진아래) 윤영수 원장수녀(오른쪽)가 상우를 양부모 품으로 건네주고 있다.
(사진위) 입양이란 “한 가족이 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정선기씨 부부. 왼쪽부터 안나오미씨, 넷째 휼(입양), 첫째 새별(입양), 둘째 새날(입양), 결이(친생자), 정씨. <서울여대 교정에서>
(사진아래) 윤영수 원장수녀(오른쪽)가 상우를 양부모 품으로 건네주고 있다.


첫아들 건이를 낳고 둘째는 애초부터 입양을 계획했던 강씨 부부.“입양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사랑의 표현”이라면서 “입양문화가 확산돼 버림받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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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 영수는 이번 어린이날에도 외출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신발을 신고 뛰어 놀고 싶지만. 영수에겐 아직까지 가족이 없답니다.<성가정입양원>   (사진아래) 입양동의서와 함께 동양사회복지회로 온 영호(1개월)가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위) 영수는 이번 어린이날에도 외출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신발을 신고 뛰어 놀고 싶지만. 영수에겐 아직까지 가족이 없답니다.<성가정입양원>

(사진아래) 입양동의서와 함께 동양사회복지회로 온 영호(1개월)가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성가정원을 나서는 강씨 가족에게 윤영수(48) 원장 수녀가 “이 아이는 하느님이 주신 겁니다. 상우야, 이젠 형과 마음껏 뛰어놀며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라.”고 하자, 양부모 품에 꼭 안긴 상우는 ‘천사의 미소’를 지으며 성가정원 식구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1954년 전쟁고아와 혼혈아동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입양이 시작된 이래, 해외입양 일변도에서 최근 국내 유명인들의 입양사실 발표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 등으로 차츰 국내공개입양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땅에서 태어난 많은 아동들이 사회적 무관심과 경제적인 이유로 국내가정에 입양되는 숫자보다 외모, 언어, 문화가 다른 먼 이국땅으로 더 많이 보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05년 한해 입양 아동 수는 3562명이고 이중 2101명이 해외로 입양됐다. 국내입양은 절반에 못 미치는 1461명(41%)으로 특히, 국내입양의 경우 대부분 ‘비밀입양’을 하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한사회복지회 선혜경 입양부장은 “유독 핏줄을 중시하는 혈연주의와 경제적 부담이 국내입양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입양문화 의식의 변화와 함께 제도적 개선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입양가족에 대한 정부의 경제적 지원은 미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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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왼쪽) 지난해 딸 예은(2)이를 입양한 신애라씨가 서울 역삼동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17년 전 노르웨이로 입양되었던 에르크위(왼쪽) 양이 양모와 함께 고국을 방문, 환한 표정으로 관광길에 나서고 있다.
(사진왼쪽) 지난해 딸 예은(2)이를 입양한 신애라씨가 서울 역삼동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17년 전 노르웨이로 입양되었던 에르크위(왼쪽) 양이 양모와 함께 고국을 방문, 환한 표정으로 관광길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세 번째로 새별(8)이를 공개입양한 안나오미(33·서울 노원구)씨는 “입양할 때 알선기관에 내는 200만원 상당의 알선료가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돈을 지불하고 아기를 사온 것’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더 힘들다.”며 “입양수수료 문제만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재기간 내내 눈 맞출 곳 없어 허공만 쳐다보는 아기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입양이라는 제도를 통해 가정에서, 사랑과 관심으로 이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자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이들은 ‘부자(富者)인 부모가 필요한 것도, 완벽한 환경도 아닌, 오직 가족의 사랑과 눈 맞춤’이 필요한 연약한 아이들이다.

글 사진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2006-05-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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