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속 유물’ 꺼내 나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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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기자
수정 2005-12-27 00:00
입력 2005-12-27 00:00
#1 얼마 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정태식(48)씨는 깜짝 놀랐다. 집집마다 한두 개씩은 있음직한 병풍과 가구 등 생활유물들이 2층 기증관에 기증자의 이름, 시대소개와 함께 ‘거물급’ 문화재들과 나란히 전시돼 있어서였다.

#2 최근 아이와 함께 서울역사박물관의 ‘진성 이씨 기증유물특별전’을 찾은 이순애(37)씨. 진성 이씨인 그는 문중의 족보와 생활유물들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꼈다며 흡족해했다.


유물을 기증받으려는 박물관의 활동이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다.60년 역사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재개관과 더불어 기증관을 신설했는가 하면 다른 박물관들도 기증 유물 특별전 등으로 유물 기증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기증 유물로 꽉 차 있는 선진국 박물관과 비교하면 아직도 사들인 유물이 대부분인 게 우리 국공립 박물관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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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유옹주 합장묘 출토품
화유옹주 합장묘 출토품
‘장롱 속 유물’을 끌어내기에는 ‘문화 나눔’의 의식과 기증에 따른 예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45년 개관 이후 230여명으로부터 국보 6점, 보물 32점 등 모두 2만 2690점을 기증 받았다. 전체 소장유물 15만여점의 15% 수준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800여명으로부터 1만 3955점의 유물을 받았다. 소장유물 7만 6353점의 18% 정도. 조선왕실 유물이 대부분인 국립고궁박물관은 전체 4만 5000여점 중 기증분이 2%인 892점에 불과하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시·도별 공립 박물관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소장품 3만여점의 3분의2 수준인 1만 9000여점이 기증 유물이며, 경기도박물관은 1만 1000여점의 20%인 2172점을 기증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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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기증을 이끌어내려는 박물관의 활동은 홍보와 수집, 보존과 전시로 나뉜다. 홍보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한 ‘소극적’인 방법에 의해 이뤄진다. 일부에서는 개인소장가 등을 직접 접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입소문을 듣고 연락하는 소장가들을 만나 유물을 받는다.

역사박물관 진원영 유물수집팀장은 “예산부족 등으로 적극적인 홍보는 하지 못한다.”면서 “기증의사가 있어도 3∼4번씩 접촉해야 기증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진 팀장은 한 달간 공들여 최근 춘천에서 은퇴한 교수로부터 고문서 1000여점을 받아 왔다. 기증유물의 활용은 박물관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지만 상설 기증실은 많지 않고, 소규모 기증 코너나 기증유물 특별전이 대부분이다.

유물 기증이 늘어나려면 ‘우리 모두 기증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은 물론 기증의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역사박물관에 2500여건을 기증한 진성 이씨 종손 이세준씨는 “문중에서 관리하다 보니 도난·훼손이 많아 영구 보존을 위해 박물관에 기증하게 됐다.”면서 “문중 유물도 우리 민족의 공동 문화유산인 만큼 모두와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경기도박물관장은 “대부분 기증이 무상이지만 유물 평가액의 20%선인 기증보상금을 50%로 높이고, 보상금에 물리는 세금을 전액 감면하는 유인책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2005-12-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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