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슈] 정부 개발사업 생태·자연도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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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5-17 08:29
입력 2005-05-17 00:00
기업도시·신도시 등 정부의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에 비상이 걸렸다. 환경부가 환경보호를 위해 만든 ‘생태·자연도’의 기준에 어긋나 개발행위 자체를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개발 주체인 건설교통부, 지자체 등은 환경부의 독자 정책에 절차상 문제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생태·자연도’란 환경부가 전국의 산·하천·농지·도시를 생태적 가치, 자연성, 경관 가치 등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분류한 것. 예컨대 토종 어류가 20종 이상 서식하는 하천이나 1만마리 이상의 철새도래지는 1등급으로 분류돼 개발행위 대신 자연·생태환경의 보완이나 복원만 가능하다.

생태·자연도 덫에 “국책사업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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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자연도가 논란이 되는 것은 1등급지에 다수의 국책사업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기업도시 건설사업이다.

기업도시 시범사업을 신청한 8곳 가운데 전남 영암·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와 충남 태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가 1등급지에 가장 많이 포함돼 있다. 영암·해남 기업도시는 전체 3300만평의 45%가량이 1등급지에 해당된다. 건교부 김정렬 기업도시 과장은 “1등급지가 절반이 되면 활용 가능한 면적은 그 이하로 준다.”면서 “이런 상황에선 J프로젝트는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철새도래지인 태안의 경우는 개발이 더 어렵다. 전체 면적의 90% 정도가 1등급지로 분류돼 사실상 기업도시 건설이 불가능해진다. 경기도 시화신도시도 대부분의 지역이 1등급지에 해당된다. 건교부는 환경부의 기준대로라면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임대단지도 차질이 예상된다. 대부분의 국민임대단지는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조성하는 지역이다. 자칫 임대주택 100만가구 건설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지구 지정이 끝난 지역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앞으로 추진지역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태안군과 영암·해남군도 환경부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는 이어 “청정도를 따지면 섬진강을 낀 광양과 하동이 훨씬 더 깨끗한데 이 지역은 1등급에서 제외됐다.”면서 “분류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1997년부터 작업을 시작해 청정도 등이 일부 바뀐 지역도 있을 것”이라면서 “불합리한 부분은 수정하거나 주민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국립환경연구원의 용역에 따라 생태지도를 그린 것일 뿐 최근 입안된 기업도시가 어디에 있고, 신도시가 있는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절차 논란

환경부는 지난 4월25일부터 이달 13일까지 공람공고를 거쳐 지자체 등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건교부와 문화관광부는 이 과정에서 부처간 협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자연환경보전법 개정 때와 2000년과 2004년 생태·자연도 작성 지침을 만들 때 건교부 등과 부처간 의견 수렴을 했다고 밝혔다.

건교부와 지자체 등은 입법예고나 행정행위는 주민공람 등에 앞서 각 부처의 의견을 듣는 게 순리이며, 자연환경보전법에 근거해 생태·자연도 작성 지침을 만들었다면 부처간 협의가 필요하나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강제조항인가 참고사항인가

환경부는 생태·자연도 작성지침이 예규로서 행위의 제한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환경영향평가나 사전환경성 평가 때 참고하라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건교부, 문화부 등의 의견은 다르다. 환경영향평가 때에는 반드시 이 예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참고사항이라고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때 1등급 기준을 들이대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사실상 강제조항이다.”라고 말했다.

문화부 윤원중 기획총괄팀장은 “행위제한 요소가 있어 면적 축소 우려는 있다.”면서 “환경부가 적용에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교부 관계자도 “현재의 규정대로라면 많은 사업에 악영향이 미친다.”면서 “좋은 제도이기는 하지만 도입이나 적용과정에서 현실성 있는 유연한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2005-05-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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