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우린 마음놓고 숨 쉴까
수정 2005-05-09 07:54
입력 2005-05-09 00:00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대기오염물질 4종은 감소 추세
우선 지난 한해 동안 우리나라의 대기 실상 등을 조사한 1차 보고서를 보면, 대기에 끼치는 영향 등 오염물질별로 특성이 뚜렷하게 갈렸다. 현재 법령에 환경기준이 설정된 대기 오염물질은 이산화황(SO3/8)과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3/8), 오존(O5/8), 미세먼지(PM10), 납(Pb) 등 모두 6가지. 이 가운데 이산화황과 일산화탄소, 납의 대기중 농도는 지난 1991년 이후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전국 180여곳 대기측정망의 농도측정 결과를 분석해 보니 이들 오염물질의 ‘환경기준’ 달성률은 93∼100%에 달했다. 환경연구원 한진석 대기화학과장은 “1990년대 초반 외국 대도시와 비교해 크게 높았던 이산화황과 일산화탄소의 경우 이제는 오염도가 이들 도시와 거의 엇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저유황연료나 무연휘발유 공급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으로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존과 미세먼지는 딴판
오존은 1983년부터, 미세먼지는 1993년부터 환경기준을 설정, 운영해 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3년 동안 환경기준 달성률은 10.5∼54.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다른 오염물질과는 사정이 확연히 달랐다(맨아래 그래프 참조). 오존의 경우 지난해에 부쩍 큰 관심을 끌었었다. 오존주의보 발령이 예년과 달리 급증하는 기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오존농도를 첫 관측한 1995년 두 차례에서 시작해 그동안 연간 20∼50회 가량으로 늘다 자그마치 155회로 치솟은 것.
연구원은 “6가지 대기오염물질 가운데 오존의 환경기준 달성도가 10.5%로 가장 낮아 오존저감을 위한 정책 입안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미세먼지의 건강 위해성도 이미 오래 전부터 현실화한 상태다.
굵기에 따라 다른 명칭으로 불리는데, 지름이 10㎛(0.01㎜로 머리카락 굵기의 1/5 정도) 이하면 PM10, 지름이 2.5㎛ 이하면 PM2.5(초미세먼지)로 분류된다. 환경연구원 홍유덕 박사는 “PM10의 경우 우리나라 56개 시·군 가운데 7곳만 40㎍/㎥ 이하의 오염도를 보이고 있는데, 외국 대도시의 수준(19∼39.8㎍/㎥)을 감안할 때 매우 높은 농도 수준”이라고 말했다(표 참조).
PM2.5의 대기오염 영향이 규명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그 여파는 훨씬 심각하다.
연구원이 2003년 5월∼2004년 1월까지 서울시내 6개 지점(대치·면목·문래·신림·불광·정동)의 평균 농도를 파악한 결과, 최고 50.5㎍/㎥(대치동)∼최저 30.2㎍/㎥(불광동)로 나타났다. 하지만 6개 지점 모두 미국의 연간 농도기준(15㎍/㎥)을 초과했다.
홍유덕 박사는 “PM2.5는 천식환자의 사망과 질병에 PM10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환경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PM2.5를 신규 대기환경기준 대상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에선 대기환경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각종 유해화학물질의 대기오염 현황도 드러났다. 현재 국내 유통되고 있는 3만 5000여종의 화학물질 가운데 벤젠과 트리클로로에틸렌 등 인체 발암성 등이 확인된 물질이 여러 지점에서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유해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아직 환경기준조차 설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일부 지역은 대기중 벤젠 농도가 이미 외국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이 전국 16개 유해대기측정망 운영결과를 분석한 결과 5개 지점에서 일본 기준을, 이 가운데 2개 지점은 유럽연합(EU)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리클로로에틸렌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 등 나머지 7가지 유해화학물질은 아직 농도가 외국 기준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해화학물질 환경기준도 만든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이번에 1차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강력한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자동차의 급격한 증가와 각종 산업시설에서의 화학물질 사용 급증 등으로 인해 미세먼지와 오존 농도가 증가추세에 있으며, 대기환경기준으로 설정돼 있지 않은 각종 유해화학물질도 급증하고 있어 국민의 건강이 심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책임자인 홍 박사는 “올해 말까지 추가 조사와 전문가 협의 등을 거쳐 환경기준이 없는 오염물질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설정하거나 느슨한 기준은 강화하는 등의 연구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면서 “내년부터는 정부 내에서 입법화 과정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2005-05-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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