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슈] 외대 총학 공개 ‘주체사상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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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1-18 07:41
입력 2005-01-18 00:00
최근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는 사무실 캐비닛에서 발견했다며 ‘주체사상 관련문건’을 공개했다.‘전임 총학생회가 학습한 문건’이라는 내용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적지않은 논란이 빚어졌다. 전임 총학(총학생회)은 “의도치 않게 논란에 휩쓸렸다.”고 편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고, 현 총학은 “전임 총학이 학습한 문건이라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양쪽 관계자의 주장을 들어보고 논란의 전말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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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가 '주체사상문건'을 공개해 논란이…
총학생회가 '주체사상문건'을 공개해 논란이… 총학생회가 '주체사상문건'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있는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교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나붙자 학생들이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주체사상 학습했나”

외국어대 박종원(27) 총학생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이문동 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학 사무실을 청소하다 자료실 캐비닛에서 주체사상 교육에 이용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 10여점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이 한창인데다 전임 총학생회장이자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인 백종호(26·한국외대 4년)씨가 국보법 위반으로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무엇보다 운동권이던 전임 총학이 물러나고 비운동권이 총학을 맡은 첫 해라는 점에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틀 뒤 전임 총학은 기자회견을 열고 “주체사상 문건이 왜 거기 있었는지 모르겠고 그 문건으로 학습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논쟁은 외대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정보포털사이트 ‘스라이프(hufslife.com)’의 자유게시판에 수백 개의 글이 올라오는 등 크게 확산됐다.

현 총학의 정치적 의도인가

특히 “비운동권 총학이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문건을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현 총학측은 13일 기자와 만나 “언론의 왜곡보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우리는 이 문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아 전임 총학이 사용했다고 언급한 적이 없으며 단지 주체사상 문건이 학교에서 발견됐다는 사실 자체만 문제삼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 총학의 주장대로라면 정치적 의도는 총학이 아니라 언론이 가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해 단과대 학생회장을 지낸 A(23)씨는 “지난해 8월 총학 사무실이 지금 건물로 이사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발견된 문건은 당연히 전임 총학으로 논란이 귀결될 것이란 사실을 현 총학이 몰랐을 리 없다.”고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전임 총학측은 일단 말을 아꼈다. 전임 총학 간부 김모(23)씨는 “현 총학이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한 것과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물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정치적 의혹은 확인되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성급한 일처리가 문제 불러”

현 총학의 성급한 일처리가 몇몇 언론의 정치적 의도에 이용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당일 낮 12시쯤 발견된 문건을 6시간밖에 지나지 않아 성급하게 공개했다는 것이다.

비운동권 학생모임인 ‘학생연대21’ 이상현(28) 해외교류위원장은 “주사 문건이 발견된 것은 분명 큰 문제이지만 발견한 뒤 전임 총학에 확인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 경찰에 신고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문건은 어디서 왔나

그렇다면 ‘주인 없는’ 이 문건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먼저 문건이 학교내 다른 학생회실이나 연구실에서 옮겨왔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총학 문서자료실에 있는 캐비닛은 모두 10개. 이 가운데 2개는 현 총학이 부임한 지난 1일 이후 파손품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다른 곳에서 옮겨왔다. 일부 학생이나 연구진이 보던 문건이 의도치 않게 흘러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문건을 일부러 넣어두었을 가능성과 전임 총학이나 이전 총학이 두고 갔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논란이 사상의 자유라는 보다 큰 범위의 논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주사 문건은 사회과학 전문 도서관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자료이다.

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김다운(26)씨는 “학내에서 어떤 것을 공부하든 그 사상의 적실성을 따지는 것은 토론과 합리로 풀 문제”라면서 “법의 강제로 해결하려 했던 쪽이나, 파장을 우려했겠지만 무조건 부인부터 하려는 쪽이나 모두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문건은 관할 청량리경찰서를 거쳐 공안연구소에 보내져 국가보안법 위법성을 감정받고 있다. 청량리서 관계자는 “개인이 위법 문건을 가지고 있었던 적은 있지만 사무실과 같은 공간에서 소유자가 불분명한 문건이 발견된 것은 근래에 없던 일이라 연구소의 감정이 나와봐야 수사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5-01-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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