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데이터센터 규제 확산…빅테크 AI 투자 2028년 고비

하종훈 기자
수정 2026-11-06 16:40
입력 2026-11-06 16:40
텍사스·조지아 민주당 당선인 규제 예고
美 건설 계획 용량 45% 규제 가능 지역
2028년 신규 공급 30% 지연 위험 노출
오픈AI, 전력·용수 부담 대책 발표
레번워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의 주지사 선거에서도 잇달아 승리하면서 미국의 AI 인프라 투자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전력·용수 사용에 대한 주민 반발이 선거에서 확인된 가운데 이미 착공한 시설보다 2028년 이후 신규 사업이 규제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CNBC는 지난 3일 중간선거와 함께 10개 주에서 치러진 데이터센터 관련 주민투표 41건 가운데 40건에서 건설 규제를 강화하거나 개발을 쉽게 하는 조치에 반대하는 쪽이 우세했다고 집계했다. NBC뉴스의 출구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가 거주 지역에 신규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데 반대했다.
텍사스 주지사 교체…인허가 동결 장기화 우려텍사스주에서는 민주당 소속 지나 히노호사가 3선 현직인 공화당 그레그 애벗 주지사를 꺾고 이번 세기 들어 처음으로 민주당 주지사에 당선됐다. 히노호사 당선인은 5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주민 보호를 위한 법률이 마련될 때까지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조지아주의 키샤 랜스 보텀스, 오하이오주의 에이미 액턴 주지사 당선인도 데이터센터 건설 제한이나 규제 강화를 내세웠다.
텍사스에서는 애벗 주지사도 이미 규제에 나선 상태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8월 전력망 연결을 신청한 데이터센터를 전수 감사하도록 지시하며 연결 절차를 멈춘 데 이어 9월 21일 텍사스 환경품질위원회(TCEQ)에 데이터센터 관련 인허가 발급을 전면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다른 주정부 기관도 감사가 끝날 때까지 관련 승인을 내주지 못하도록 했다. 데이터센터가 주민 전기요금을 높이거나 지역 용수를 고갈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텍사스 전력망 운영기관 ERCOT는 오는 12월 10일 감사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지만, 이것이 곧 인허가 재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히노호사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인허가 동결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美 계획 용량 45% 규제 가능 지역…2028년 투자 변수규제가 확대되면 글로벌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에서 계획된 데이터센터 설비용량의 약 45%가 규제 강화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텍사스주가 전체의 약 25%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구글은 지난해 텍사스에 내년까지 4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메타도 엘패소 데이터센터 투자액을 당초 15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했으며 2028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다만 메타의 사업은 이미 착공한 상태여서 신규 사업에 대한 규제가 곧바로 건설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규제의 파급 효과는 2028년 이후 두드러질 전망이다. 미국 반도체 산업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주요 20개 주에서 내년 가동 예정인 데이터센터 33.8GW(기가와트)의 약 75%가 이미 착공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2028년 미국 전체 데이터센터 순증설 전망치인 62.2GW의 상당 부분은 아직 착공 전이다. UBS는 2028년 신규 공급 예상 물량의 약 30%가 규제로 인한 일정 지연 위험에 노출됐다고 추산했다.
다만 데이터센터 건설이 대규모로 취소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정치적 압력이 누그러지면 건설 중단 조치가 장기화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미애널리시스 역시 지난 9월 지방정부의 건설 제한 구역에 포함된 약 20GW 가운데 실제 지연 위험이 있는 물량은 1.5GW 수준으로 추산했다. 기존에 인허가를 받은 공사는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지만, 추가 승인이 필요한 사업은 지연될 수 있다. 기업들이 규제가 덜한 다른 지역으로 투자 계획을 옮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세미애널리시스는 2028년 미국 증설량의 30% 가까이를 차지하는 텍사스에서 TCEQ의 인허가 동결이 장기화하는 것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오픈AI, 전력 비용 부담·용수 사용 공개 약속AI 기업들도 대응에 나섰다. 오픈AI는 중간선거 이틀 뒤인 5일 ‘내셔널 커뮤니티 컴팩트’와 ‘컴퓨트 캠퍼스 정책 블루프린트’를 발표했다. 앞으로 직접 소유·운영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관련 인프라 비용을 자체 부담하고, 용수 사용량과 소음 영향 등을 공개하겠다는 내용이다. 공무원과의 비밀유지계약(NDA)도 보안 정보나 영업비밀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오픈AI는 다른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에도 이와 유사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정부가 규칙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반도체주 동반 급락…韓 대미투자에도 변수데이터센터 규제 강화와 AI 투자 둔화에 대한 우려는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5일 뉴욕 증시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2.25% 급락해 1994년 이후 두 번째로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9.26%,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17.46% 하락했다. 국내 증시도 이틀 연속 급락했다. 5일 5.28% 내린 코스피는 6일 장 초반 8% 넘게 떨어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결국 6.02% 하락한 5059.69로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10.44%, 삼성전자는 6.35% 떨어졌다.
한국의 대미 투자 사업에도 규제 환경 변화가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첫 대미 전략투자 사업으로 텍사스주 엔시날에서 총사업비 223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용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인 ‘프로젝트 스타’를 추진하고 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6일 국정감사에서 이 사업과 관련해 1일 24억달러를 미국 측 투자관리기구에 송금했다고 확인했다. 애벗 주지사의 인허가 중단 조치는 전력망 대신 자체 발전으로 전력을 조달하는 데이터센터 사업도 명시적으로 예외로 두지 않았다. 다만 현재 프로젝트 스타에서 규제로 인한 인허가 지연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종훈 기자
세줄 요약
-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흐름 확산
- 텍사스 등 주요 지역 인허가 동결과 반발 심화
- 2028년 이후 신규 AI 투자에 변수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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