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한-아세안 포럼’ 싱가포르서 성료… CSP 비전 이행 및 한반도 평화 협력 논의
수정 2026-11-06 15:57
입력 2026-11-06 15:57
세줄 요약
- 싱가포르서 한-아세안 포럼 개최, 26명 참석
- CSP 비전 이행과 정치·안보 협력 확대 논의
- 한반도 평화 위한 대화 채널·트랙2 제안
- “아세안의 강점은 접근성”… 대화 채널 유지 및 트랙2 활용 등 현실적 대안 제시
(주)지오폴리틱스인사이트가 주관하고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KUAC)가 협력한 ‘2026 한-아세안 포럼(Korea-ASEAN Forum 2026)’이 11월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그랜드 콥튼 워터프론트 호텔에서 개최됐다.
‘CSP 발전 비전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한국,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5개국 연사 15명을 포함해 외교·안보 및 지역 연구 전문가 26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기조연설과 두 개의 발표·토론 세션으로 진행됐다.
이번 포럼은 지난 2025년 10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발표한 3대 ‘CSP 발전 비전’인 ▲꿈과 희망을 이루는 조력자(Contributor) ▲성장과 혁신의 도약대(Springboard) ▲평화와 안정의 파트너(Partner)의 실질적 이행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경제·사회문화 중심으로 발전해 온 한-아세안 협력을 정치·안보 분야로 확장하는 방안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아세안의 역할을 집중 논의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로렌스 앤더슨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 선임연구위원(전 대사)은 “현재 우리가 마주한 불확실성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이라며 “핵심 과제는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아세안 협력의 3대 우선 과제로 ▲선언보다 실행 가능한 구체적 사업 집중 ▲초국가 범죄 대응, 인공지능(AI)·사이버 보안, 해저케이블 보호 등 실질적 안보 협력 확대 ▲한국 사회 내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 인식 제고를 제시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이사회(CSCAP)를 활용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정인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전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이 좌장을 맡은 제1세션에서는 ‘CSP 발전 비전 이행을 위한 한-아세안 협력 방안’을 다뤘다. 박민정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 연구교수는 한국 정부가 3대 축, 12개 분야, 36개 실천과제로 구성된 이행 계획을 마련해 아세안 측과 공유했다고 소개하며, 한국이 ‘행동하는 파트너(Action Partner)’가 되려면 충분한 재원과 범정부 차원의 조정 체계, 그리고 베트남 편중을 넘어선 포괄적 동남아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짚었다.
강준모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산지 규정 강화에 대응해 한-아세안 협력의 초점을 ‘저비용 생산기지’에서 ‘최고 역량 생산기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공동 인증·추적 체계와 현지 공급망, 연구개발(R&D)·인재 생태계 구축을 통해 ‘메이드 바이 코리아 인 아세안(Made by Korea in ASEAN)’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안이다. 사라 테오 RSIS 조교수는 기존 한-아세안 협력 체계의 전략적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다음 과제라며 ▲실질적 전략대화 강화 ▲예방외교와 신뢰 구축 ▲외교와 안보 성과의 연계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어진 토론에는 마이트리 아웅트윈 싱가포르국립대 아시아연구소(ARI) 부소장, 이충열 고려대 명예교수, 퐁피숫 부스바랏 태국 쭐랄롱꼰대 안보국제문제연구소(ISIS) 소장이 참여했다. 마이트리 부소장은 한국과 동남아가 함께 지역 역량을 키우는 전략을 질의했으며, 퐁피숫 소장은 2027년까지 한-아세안 대화조정국을 맡는 태국의 입장에서 에너지 공급 차질 대비 공동 훈련과 온라인 스캠(사기) 대응 협력 등 두 가지 시범사업을 2027년까지 출범하자고 제안했다.
신재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지오폴리틱스인사이트 대표)가 좌장을 맡은 제2세션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아세안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동남아의 역할이 현재의 교착 상태 타개보다 한반도 평화의 장기적 지속에 있다고 분석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남북 및 주변국 간 소통 채널을 제공하는 ‘가교’ 역할을 맡고, 향후 북한이 개방에 나설 때 투자(Investing), 개혁 경험 전수(Instructing), 역내 협의체 초청(Inviting) 등 ‘3I’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빅터 안드레스 만히트 필리핀 스트랫베이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회복력과 단합에 기여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단계적 북핵 해법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섹산 아난타시리키앗 태국 국제문제연구센터(ISC) 선임연구위원은 학자와 실무자가 참여해 기후 적응, 재난 관리,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북한과의 접점을 찾는 ‘아세안+2(남북)’ 협의체 구상을 내놨다.
토론에 나선 김형종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시아센터장은 대북제재 준수를 전제로 지역 개발, 농업, 문화유산 등 북한이 중시하는 분야에서 교류를 시작하고, 2027년 싱가포르의 아세안 의장국 수임을 민간·학계 중심의 ‘트랙2’ 협력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재한 RSIS 조교수는 “6자회담도 풀지 못한 문제를 아세안이 단독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협력의 목표를 현실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폈다. 무하마드 와파 카리스마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 역시 아세안의 강점은 ‘영향력(leverage)’이 아닌 ‘접근성(access)’에 있다며, 부담이 적은 대화 채널을 유지하며 정세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재혁 지오폴리틱스인사이트 대표는 “이번 포럼은 한-아세안 CSP 비전을 선언에서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구체적 협력 과제를 확인하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아세안 전문가들의 현실적인 시각을 청취한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한국과 아세안 전문가 간 정책 대화와 공동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지오폴리틱스인사이트는 이번 포럼의 발표 및 토론 내용을 담은 자료집을 바탕으로 정책 제언과 후속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오는 2029년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40주년을 앞두고 양측 정책·학술 전문가 네트워크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양승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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