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우회 파병’ 논란
호르무즈 650㎞ 앞까지 임무 넓혀… 전쟁 불개입 원칙은 고수해상초계기·폭발물처리반 등 보강
국방부, 파견연장안 곧 국회 제출
연합뉴스
정부가 청해부대의 임무 범위를 기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에서 오만만 남쪽까지 2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미·이란이 전쟁 중인 호르무즈 해협 남쪽 인근 지역까지 포함된 것으로, 미국의 끈질긴 파병 요구에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우회 파병’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청해부대 파견 연장 및 작전 구역 확대 동의안 수정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수정안은 이날 차관회의를 통과했고 다음 주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을 갖는다. 구체적으로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은 기존 600노티컬마일(해리·약 1111㎞)에서 1200노티컬마일로 2배 넓어진다. 확대된 오만만 남방 작전 구역에서 미국과 이란이 대치 중인 호르무즈 해협 남단까지는 불과 650㎞다.
파견 전력과 병력도 대폭 보강된다. 현재 청해부대는 해상작전헬기 1대, 3척 이내의 고속단정을 탑재한 4400톤급 구축함 1척과 320명 이내의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해상초계기 P-8A 1대, 폭발물처리반(EOD), 무인소해장비 등을 추가로 파견할 예정이다. 또 인원은 75명을 추가해 총 395명 이내로 운영할 예정이다.
파견된 전력의 거점은 아덴만에 위치한 지부티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티는 미 공군기지 캠프 르모니에를 비롯해 일본, 스페인, 프랑스 초계기 등 다국적 해상 전력이 이미 전개돼 있는 곳이다.
국방부는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 확대를 결정한 이유로 ‘해적활동 증가’를 들었다. 그러면서 ▲전쟁 관여나 개입 불가 ▲국민과 선박 보호 목적▲해상초계기의 이란 영토·영해 등 탐지 제한 ▲독자적 지휘체계 등 4가지를 파견 원칙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독자적 지휘체계 원칙에 따라 한국군 합참의장이 부대의 지휘권을 갖는다.
헌법상 해외 파병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청해부대도 1년 단위로 국회의 파병 연장 동의를 받아 왔다. 현재 청해부대의 파견 목적 및 임무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의 선박 보호와 해적 피해 예방’ 등이다. 기존 파견 목적의 연장선상에서 작전 범위와 일부 전력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방부가 내세운 ‘해적활동 증가’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군 안팎에선 이번 결정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압박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콕 집어 호르무즈 해협 안보 기여를 수차례 언급한 가운데, 직접 파병에 대한 반발 여론 등을 고려해 정부가 장고 끝에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 확대라는 카드를 절충안으로 꺼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이번 결정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관여 혹은 개입하는 것이 아닌,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및 경제적 이익 수호를 위해 내린 판단”이라며 “작전 지역을 오만 남방 아래로 한정해 이란 영토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직접적 탐지는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향후 환경 변화나 현장 상황에 따라 청해부대가 미군을 포함해 타국 부대와 협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군 당국도 ‘허용적 환경’이 조성되면 기여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허용적 환경이란 종전이나 미국과 이란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확실한 안전이 확보된 상황을 의미한다.
국방부 당국자는 “영국과 프랑스 주도의 항해의 자유 작전은 오래전부터 시행됐고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기여 의지를 밝힌 만큼 이 같은 조건이 확보되고 요구가 있다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반드시 국회의 추가 동의안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요구를 고려한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미국 및 이란과 사전 소통, 양해가 된 방안이라고 봐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선거 이후 전쟁을 더 이상 끌기 부담스러운 상황인 만큼 최적안일 수 있다”고 짚었다.
백서연·강동용 기자
세줄 요약
- 청해부대 작전 구역 오만만 남쪽까지 확대
- 호르무즈 해협 남단 인근 대응 범위 포함
- 해상초계기·EOD 등 전력 보강 추진
2026-11-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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