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에 6000억 쏟아부었는데… 머스크, 美선거 최대 피해자 전락

최재헌 기자
수정 2026-11-05 15:21
입력 2026-11-05 15:21
세줄 요약
- 머스크, 공화당에 6000억원대 지원
- 민주당 블루 쓰나미에 지원 효과 상실
- 텍사스 패배로 사업·정치 부담 확대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모두 차지하는 ‘블루 쓰나미’가 현실화한 가운데, 투표용지에 이름도 없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분석이 미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번 선거에 최소 4억 4500만 달러(약 6000억원)를 쏟아부었다. 민주·공화 양당을 통틀어 단일 최대 기부자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력으로도 ‘앵그리 트럼프(트럼프를 향한 유권자의 심판)’ 물결을 막지는 못했다. 머스크가 이끄는 ‘슈퍼팩(독립 정치활동위원회·아메리카팩)’은 연방 선거 44곳에 8700만 달러를 집행했으나, 이 중 93%가 공화당이 패배한 지역구에 투입되어 자금 대부분을 허공에 날린 셈이 됐다.
이 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곳은 머스크의 ‘안방’ 텍사스주다. 머스크는 전체 기부금의 절반에 가까운 약 2억 2400만 달러를 이 한 지역에만 쏟아부었다. 텍사스에는 테슬라 본사와 스페이스X의 핵심 시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머스크는 과거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소송 공세에 반발해 본사를 텍사스로 전격 이전했다.
그러나 이번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 켄 팩스턴 후보는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에게 패했고, 머스크가 전폭적으로 지지한 그레그 애벗 주지사도 민주당 지나 히노호사 후보에게 70만표 차로 무릎을 꿇었다. 탈라리코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세상의 그 어떤 돈도 텍사스 주민을 이길 수 없다”며 사실상 머스크를 정조준했다.
앞으로의 사업 환경도 가시밭길이다. 히노호사 주지사 당선인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일시 중단, 세금 감면 혜택 폐지, 전력·용수 사용 규제 등 인공지능(AI) 기업에 치명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머스크는 지난 8월 텍사스에 168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 ‘테라펩’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향후 주정부의 인허가는 물론 전력 확보 등 사업 전 과정에서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머스크가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도 더 커졌다. 민주당이 의회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머스크와 그의 기업들을 향한 전방위적인 감시와 견제가 거칠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입법권과 예산 심의권·청문회 개최권을 모두 쥔 민주당은 머스크가 정부 효율화 명목으로 단행하려던 ‘정부효율부(DOGE)’의 규제 철폐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물론, 머스크 소유 기업들이 받아온 정부 계약 특혜 여부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현재 그가 유일하게 기댈 언덕이라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2년 임기와 법안 거부권뿐이다. 선거 개표 당일 머스크는 엑스를 통해 ‘이번에는 내 선거 개입용 우주 레이저가 작동하지 않은 모양이야’라며 자조적인 유머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주요 사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 이날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가는 장중 5%가량 급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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