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트럼프, 트럼프를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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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수정 2026-11-05 01:21
입력 2026-11-05 00:47

美중간선거 ‘블루 쓰나미’

민주, 하원 탈환 이어 상원도 다수당
20년 만에 상하원 ‘동시 석권’ 현실로
트럼프 “결과 수용”… 레임덕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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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텃밭’ 텍사스 갈아엎은 민주
‘공화 텃밭’ 텍사스 갈아엎은 민주 미국 중간선거일인 3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오스틴의 롱센터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텍사스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의 켄 팩스턴 후보를 앞서자 환호하고 있다. 공화당의 대표적인 텃밭인 텍사스에서 민주당 상원의원이 배출된 건 38년 만이다.
오스틴 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3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동시에 탈환하며 압승을 거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가 난 ‘앵그리 트럼프’가 표심을 발휘하면서 텍사스 등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에서도 ‘블루 웨이브’(민주당 승리)가 연출됐다. ‘블루 쓰나미’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후반부는 국정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는 ‘슈퍼 레임덕’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미국 동부시간 4일 오전 5시 기준 개표 상황에서 연방 하원의원 435석 중 231석을 확정 지어 과반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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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NBC방송은 개표 상황을 토대로 민주당이 최대 258석까지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한 건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상원의원 선거에선 민주당이 100석 중 54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포함)을 확보해 다수당 지위에 올랐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동시 석권한 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으로 인기를 잃은 2006년에 이어 20년 만의 이정표다.

민주당은 특히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와 캔자스 등에서 잇따라 승리하는 등 상원 경합지 7곳 중 6곳을 가져가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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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텍사스주에서 승리한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가운데) 연방상원의원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스틴 AFP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텍사스주에서 승리한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가운데) 연방상원의원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스틴 AFP 연합뉴스


텍사스에선 제임스 탈라리코가 54.9%의 지지율(개표율 93.7%)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켄 팩스턴을 꺾고 승리를 확정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텍사스에서 민주당이 상원의원을 배출한 건 1988년 이후 38년 만이다.

1932년 이후 무려 100년 가까이 민주당 상원의원 맥이 끊겼던 캔자스에서도 애덤 해밀턴이 50.0%의 지지(개표율 98.5%)를 받아 공화당 로저 마셜 현 상원의원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 밖에 오하이오, 아이오와, 메인 등 주요 접전지에서도 민주당이 승기를 잡으며 미국 지도를 파랗게 물들였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민주당 애니 앤드루스가 51.1%의 득표율(개표율 99.0%)로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은 달린 그레이엄을 꺾었다. 그레이엄은 지난 7월 갑작스럽게 사망한 린지 그레이엄 전 상원의원의 여동생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정치 경험이 없다는 당내 반발에도 후보로 밀었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22곳에서 당선 가능성이 유력해 공화당(12곳)에 우위를 점했다. 특히 텍사스에선 민주당 지나 히노호사가 4선에 도전한 공화당 그레그 애벗 현 주지사를 꺾어 36년 만에 새 역사를 썼다. 공화당은 지난 9월 텍사스에서 최초의 중간선거 전당대회까지 개최하며 공을 들였지만, 트럼프에게 분노한 민심을 되돌리기는 어려웠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국정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진 여론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중동전쟁과 관세 정책으로 유가와 생활비 부담이 급등하자 성난 유권자들이 심판을 넘어 ‘응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부패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도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경제’(39%)를 꼽았다. ‘정부의 부정부패’가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밝힌 응답자도 54%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화당의 참패는 현직 대통령의 기록적인 패배로 남을 것”이라며 “이란과의 무모한 전쟁과 무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 부과 등 ‘권한’을 심각하게 오판한 결과”라고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국정운영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할 의향이 있다. 민주당과의 협력을 고대한다”며 사실상 선거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정신 나간’ 요구를 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대강’ 대치를 예고했다. 이어 소셜미디어에는 ‘비토’(거부권) 글자가 새겨진 빨간 모자를 올렸다.

워싱턴 임주형 특파원
세줄 요약
  • 민주당, 중간선거서 상·하원 동시 탈환
  • 텍사스·캔자스 등 공화당 텃밭까지 흔들림
  • 트럼프, 패배 수용 속 강경 대치 예고
2026-11-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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