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밤 세 톨이 보약”…한의학 고전의 지혜, 현대 의학으로 입증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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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문 기자
수정 2026-11-04 10:30
입력 2026-11-04 10:30

벼랑 끝 농가 살리기에 나선 대통령의 호소…가을철 대표 먹거리 ‘밤’ 주목
‘동의보감’ 율자(栗子), 허리·다리 힘 키우고 율피 지방산화·비만치료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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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대표적인 국민 먹거리인 알밤은 하루에 세 톨만 먹어도 보약이 따로 필요없다는 말이 전해 올 정도로 효능이 많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도 ‘율자(栗子)’라고 칭하는 밤의 효능이 열거되어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알밤 판촉’이라는 SNS 글을 올리면서 밤의 효능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출처= 아이클릭아트
가을철 대표적인 국민 먹거리인 알밤은 하루에 세 톨만 먹어도 보약이 따로 필요없다는 말이 전해 올 정도로 효능이 많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도 ‘율자(栗子)’라고 칭하는 밤의 효능이 열거되어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알밤 판촉’이라는 SNS 글을 올리면서 밤의 효능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출처= 아이클릭아트


가을의 결실을 대표하는 임산물 밤이 최근 국민적 관심의 중심에 섰다. 지난 10월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밤 판촉’이라는 글을 올리며 밤 소비 촉진에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산지가격 하락과 유통구조의 애로사항으로 인해 정성껏 수확한 알밤을 판매하지 못해 시름하는 밤 재배 농가의 사정을 전한 이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국산 알밤 한 봉지 구매를 진심으로 요청했다. 이 같은 행보는 단순히 일시적인 농가 도우미를 넘어, 우리 땅에서 난 천연 먹거리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국민적 관심과 소비 열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하루에 밤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말을 전해왔다. 그렇다면 민간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밤은 한의학의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받았으며, 어떤 효능을 지니고 있을까.

우리나라 한의학의 고전인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밤을 ‘율자(栗子)’라 칭하며 그 효능을 명확히 기록하고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밤은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다. 기운을 북돋우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신기(腎氣)를 보충하고 배고픔을 잘 견디게 한다”고 전해진다. 큰 병을 앓고 난 뒤 기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나 체력이 허약한 이들에게 밤은 훌륭한 자양 식품 역할을 해왔다.

특히 한의학에서 강조하는 ‘신기(腎氣) 보충’의 의미는 깊다. 여기서 신기란 단순한 신장(콩팥)의 신체적 기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성장, 발육, 생식, 노화 방지 등 생명활동 전체를 주관하는 근본적인 에너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서 허리와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전반적인 신체 기능이 약해졌을 때 밤을 섭취하는 것은 매우 뛰어난 처방으로 여겨졌다. 중국의 명의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 역시 허약하여 허리와 다리가 시리고 힘이 없는 사람에게 말린 밤을 복용하도록 권장하며 그 이점을 강조했다.

오랜 세월 임상과 경험으로 전해져 내려온 밤의 약리적 효능은 최근 현대 첨단 의학 연구를 통해 그 과학적 메커니즘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2025년 노인의학 분야의 국제적 권위지인 ‘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에는 밤나무꽃 추출물이 골격근의 노화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노화로 인해 근육이 줄어들고 허리와 다리의 힘이 빠지는 증상을 완화해 준다는 한의학적 설명이 현대 과학의 언어로 재증명된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밤은 현대인의 숙적인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천연물 소재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2022년 한의약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파이토메디슨(Phytomedicine, IF 11.3)’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밤의 속껍질인 ‘율피’ 추출물이 지방산 산화를 촉진하여 근육 내 지방 축적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실험에서 율피 추출물을 투여한 군의 세포 내 지방 축적 비율은 대조군의 44.5% 수준에 불과했으며, 근육의 지방산 산화 활성은 1.12배나 증가했다. 한의학에서 한약재를 처방할 때 필요에 따라 밤의 속껍질을 함께 사용하는 지혜가 현대 과학적 실험 결과와 정확히 일치하는 순간이다.

밤의 약리적 가치가 재평가되는 현상은 단순한 건강식품 소비를 넘어 대한민국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전통 한의학 지식과 천연물 자원을 결합하여 신약을 개발하는 전략은 이미 세계무대에서 그 파급력이 검증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중국의 중의학 연구자 투유유(Tu Youyou) 박사다. 투유유 박사는 전통 문헌에 기록된 개똥쑥(한약재명: 청호)의 활용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말라리아 특효약인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했고,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함과 동시에 중국 전통의학의 가치를 세계에 증명해 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밤 소비 촉진 행보는 단기적으로는 시름에 잠긴 농가를 돕는 상생의 발걸음이자, 장기적으로는 우리 땅에서 나는 천연 자원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소중한 모멘텀이 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알밤과 율피, 밤나무꽃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축적된 한의학의 지혜를 현대 생명공학 기술과 접목한다면, 대한민국만의 독창적이고 뛰어난 글로벌 신약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가을철 식탁 위에 오르는 알밤 한 봉지에는 조상들의 지혜와 농민의 땀방울, 그리고 미래 바이오산업을 이끌어갈 무한한 가능성이 함께 담겨 있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알밤 판촉 계기로 밤 가치 재조명 확산
  • 동의보감, 밤의 기력 보충·위장 강화 기록
  • 현대 연구, 근육 노화 억제·지방 감소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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