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개인정보 유출 5개월 깜깜이, 부끄러운 보안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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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11-04 00:58
입력 2026-11-04 00:11

고의 아닌 실수였어도 심각한 문제
철저한 진상 조사로 재발 방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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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참석과 멕시코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9월 2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총회 참석과 멕시코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9월 2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의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5개월간 무더기로 노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1주일 전인 지난 6월 2일 악성코드 검사 사이트 ‘바이러스토탈(VirusTotal)’에 ‘탑승객 명단(대한민국-벨기에)’이라는 제목의 파일이 올라왔다. 이 대통령 부부와 경호원, 장관, 청와대 출입기자 등 168명의 국·영문 성명과 소속, 직책,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정부는 최근에야 이 사실을 인지하고 조치에 나섰으며, 현재는 열람이 차단됐다.

해당 사이트는 컴퓨터 파일이 악성코드에 감염됐는지를 유료로 검사해 주는 곳이다. 정황상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앞두고 공군 1호기에 탑승할 사람들의 정보가 담긴 파일의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업로드된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불순한 목적의 외부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해야 한다. 공군 1호기의 관리를 총괄하는 외교부는 어제 “관계기관에 수사와 조사를 요청했다”며 이 대통령 부부를 포함한 168명 전원에 대해 여권 재발급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자세한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으나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보통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의 개인정보가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될 수 있는지 당혹스럽다. 누군가의 고의가 아니라 관계 공무원이 악성코드 감염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빚은 실수였다 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해킹이 기승을 부리는 시대에 악성코드 검사를 할 시스템이 정부 내에 없는지, 민감 정보의 외부 반출을 규제하는 매뉴얼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5개월 동안 문제의 파일이 곳곳에 다운로드됐을 가능성도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유료 회원이 아무 제약 없이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었다. 여권을 새로 만들었으니 괜찮다고 할 문제가 아니다. 회복 불능의 민감한 정보가 유출됐다면 어땠을지 상상만으로도 아찔해진다.

안 그래도 은행·통신사·공공기관 등이 속수무책 해킹에 뚫리고 있다. 인공지능(AI)까지 동원돼 공격 속도는 더 빨라지고 피해 범위는 급격히 확산하는 현실이다. 대통령의 개인 정보도 이렇게 허술하게 유출된 마당에 일반 국민의 정보가 제대로 보호되고나 있을지 근원적 불안을 떨치기 어렵다.

청와대와 정부는 “안방도 못 지키면서 무슨 국가 안보를 책임지겠는가”라는 비판을 달게 새겨야 할 것이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매뉴얼을 정비해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해야 한다.
2026-11-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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