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는 시각장애인 자립의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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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기자
손지연 기자
수정 2026-11-04 00:09
입력 2026-11-04 00:09

훈맹정음 100년 잇는 박수아 관장

16살에야 처음 점자 배운 장애인
송암점자도서관장 돼 복지 힘써
“사회 일원으로 살길 연 훈맹정음
다음 100년도 당연한 문자로 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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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아 송암점자도서관장이 3일 인천 미추홀구 송암점자도서관에서 점자책을 읽고 있다. 송암점자도서관 제공
박수아 송암점자도서관장이 3일 인천 미추홀구 송암점자도서관에서 점자책을 읽고 있다.
송암점자도서관 제공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시작점입니다.”

점자의 날이자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을 하루 앞둔 3일 박수아(49) 송암점자도서관 관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점자가 시각장애인에게 갖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훈맹정음은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이 시각장애인들도 우리말을 읽고 쓸 수 있도록 만든 6점식 한글 점자다. 일본어 점자밖에 없던 상황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우리말로 직접 읽고 쓸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박 관장은 “훈맹정음 반포는 시각장애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천적 저시력 장애를 가진 박 관장은 한글 점자의 가치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경험했다. 어릴 적 맨 앞자리에 앉아서도 칠판 글씨를 읽지 못했던 그는 16살이 돼서야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를 알게 돼 입학했고 처음 점자를 배웠다. 박 관장은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 점자책을 빌려 읽으며 이제 나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고 회상했다.

졸업 후 17년간 안마사로 일했던 그는 “조금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40대 초반 사회복지 분야로 직업을 바꿨다. 수입은 줄었지만 시각장애인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보람을 느꼈고 2024년 송암점자도서관 관장이 됐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음성 도서 보급이 늘었지만 점자는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에게 필수 문자다. “지금도 도서관에 보조공학기기가 있지만 배터리가 방전되면 쓸 수 없어요. 대신 종이는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사라지지 않아요.” 점자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박 관장은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중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관장이 꿈꾸는 건 시각장애인이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회다. 혼자 흰지팡이(시각장애인의 보행 보조기구)를 들면 어디든 갈 수 있고,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얻을 수 있어야 진정한 자립이라는 것이다. “100년 전에 나온 이 점자가 시각장애인의 길을 열어 준 것처럼, 점자가 다음 100년까지도 당연한 문자로 남는 게 제 소망이에요.”

손지연 기자
세줄 요약
  • 점자는 시각장애인 자립의 출발점이라는 강조
  • 훈맹정음, 우리말 읽고 쓰는 길을 연 문자
  • AI 시대에도 점자 교육과 보급 필요성 제기
2026-11-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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