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공원’ 현실 될까…1억 1500만 년 공룡 뼈에서 혈액 분자 발견 [사이언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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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11-03 18:23
입력 2026-11-03 18:00
세줄 요약
  • 공룡 뼈 화석서 적혈구 모양 구조와 헴 검출
  • 망간 광물이 혈액 분자 보존한 핵심 요인 추정
  • 화석 혈액 성분 연구의 진위 논쟁에 새 근거
SF 영화의 전설로 남은 ‘쥬라기’ 시리즈의 첫 영화 ‘쥬라기 공원’(1993)의 시작은 호박 속에 갇힌 모기의 배 속 피에서 공룡 유전자를 꺼내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처럼 공룡을 되살릴 DNA는 아니지만 1억 1500만 년 전 공룡 뼈 속에서 실제 ‘피의 흔적’을 발견했다.

호주 커틴대, 분석 기업 마이크로애널리시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국립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미국 존스홉킨스대, 코네티컷대,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아졸라 바이오디자인, 브라질 카리리 지역대,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 독일 킬 지구과학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육식 공룡 ‘아라타사우루스 무세우나시오날라’라는 1억 5000만 년 전 공룡 뒷다리뼈 화석 속 혈관 통로에서 적혈구 모양의 구조와 함께 혈액의 핵심 분자인 ‘헴’이 검출됐고 이를 1억 년 넘게 지켜낸 것은 망간 광물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PNAS’ 11월 3일 자에 실렸다.

화석 속에 세포나 단백질 같은 유기물이 남아 있다는 보고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생체분자는 쉽게 분해되고 외부 오염에도 약해 원래 생물의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이어져 왔다. 2005년 미국 연구진이 6800만 년 전 티라노사우루스 다리뼈에서 혈관과 세포 모양 구조를 찾아냈을 때나 2013년 4600만 년 전 모기 화석의 배에서 헴 유래 분자를 확인했을 때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렇지만 2021년 공룡 뼈 속 화석 적혈구로 알려졌던 붉은 구체는 점토 광물이 만든 구조라는 재분석 결과가 나오는 등 형태만으로는 진위를 가리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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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공룡 복원 가능할까
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공룡 복원 가능할까 수각류 공룡 아라타사우루스의 다리뼈에 보존된 적혈구에 담긴 헴과 헴 분해산물을 표현한 그림.

©빅터 레시크/PNAS 제공


연구팀은 2008년 브라질 북동부 로무알두 지층에서 발견된 공룡의 오른쪽 뒷다리 화석을 분석했다. 죽을 당시 4살 정도의 어린 개체로 몸길이 3.12m, 몸무게 34㎏으로 추정되며 현생 조류를 포함하는 코엘루로사우루스류의 초기 계통에 속한다. 연구팀은 뼈를 얇게 갈아낸 박편과 가루 시료에 전자현미경, 질량분석, 라만 분광 등 10여 가지 분석을 했다.

분석 결과 뼈 속 혈관 통로에서 평균 길이 23㎛(마이크로미터), 너비 20㎛의 3차원 타원체 구조가 무더기로 나왔다. 연구팀은 사진 72장을 겹쳐 구조 하나를 입체로 복원하고 이온빔으로 단면을 잘라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내부까지 확인했다. 이 구조들은 모두 산화망간 광물인 ‘하우스마나이트’와 함께 있었고 내부에서는 헴을 이루는 철·탄소·질소가 검출됐다. 세포를 흉내 내는 황철석 알갱이나 곰팡이 흔적은 없었다.

뼈 추출물에서는 혈액 속 헤모글로빈의 핵심 성분인 ‘헴B’와 헴B가 땅속에서 화학 변화를 겪어 생긴 ‘3,8-디에틸 헴B’가 확인됐다. 광물을 녹여낸 뒤 다시 분석하자 검출량은 5.8배로 늘었다. 헴이 광물 속에 갇혀 보호받고 있었다는 의미다. 변성 산물인 3,8-디에틸 헴B가 헴B보다 약 90배 많다는 점도 이 분자가 오랜 세월 땅속에서 서서히 바뀌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시료의 오염 가능성을 보기 위해 화석을 감싸고 있던 미생물 덮개(매트)도 분석했다. 헴과 엽록소의 기본 골격 분자인 뼈 속 포르피린은 79%가 헴 계열이었지만 주변 미생물 매트는 1.3%에 그쳤고 대부분 식물플랑크톤 등 엽록소에서 온 것이었다. 포르피린이 분해될 때 생기는 물질의 종류도 뼈와 매트가 확연히 달랐다. 라만 분광 분석에서도 포르피린 고유의 신호는 적혈구 모양 구조에서만 온전히 나타났다. 화석 속 구조를 적혈구로 인정하려면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고 양이 많아야 하며 헴 같은 혈액 성분이 함께 나와야 한다는 기준을 염두에 둔 분석이다.

연구팀은 망간 광물이 보존 열쇠였다고 강조했다. 산화망간 나노입자는 활성산소를 없애는 효소처럼 작동하는 ‘나노자임’ 성질이 있어 미생물 매트 속 세균의 작용으로 생긴 망간 광물이 적혈구를 감싸면서 산화에 의한 분해를 막았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클리티 그라이스 호주 커틴대 교수는 “공룡의 광물화된 적혈구는 지금까지 보고된 적이 없는 만큼 이번 연구 결과는 헴 유래 분자를 담은 가장 오래된 광물화 공룡 적혈구를 확인한 것”이라며 “화석 속 혈액 분자를 분석하면 멸종 동물의 산소 운반 능력과 대사, 진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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