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내장지방, 왜 딱딱하게 굳고 당뇨 부를까”…국내 연구진, 원인 단백질 ‘THBS1’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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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문 기자
수정 2026-11-03 09:20
입력 2026-11-03 09:20

분당서울대병원-포스텍 공동연구팀, 한국인 21명 내장지방 세포 8만 6000개 단일세포 분석
비만·당뇨 진행될수록 ‘THBS1’ 단백질 급증…조직 섬유화·염증 유발해 인슐린 저항성 악화
THBS1 억제 시 지방 섬유화 현저히 감소…체중 감소 넘어 ‘지방의 질’ 바꾸는 신약 표적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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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성희 교수, 문준호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종경 교수(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성희 교수, 문준호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종경 교수(왼쪽부터)
같은 체중이라도 복부 장기 사이에 쌓이는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같은 대사질환에 걸릴 위험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그동안 내장지방이 피하지방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지만, 어떤 과정과 세포 변화를 통해 지방조직이 병들고 딱딱하게 굳어가는지(섬유화)에 대한 명확한 기전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성희·문준호 교수와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생명과학과 김종경 교수 공동연구팀(1저자: 정지수, 박은서 박사)은 한국인의 내장지방을 세포 하나하나 단위로 정밀 분석해 내장지방의 염증과 섬유화를 유발하고 비만·당뇨병을 악화시키는 핵심 단백질 ‘THBS1(트롬보스폰딘-1)’‘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로 체중 자체를 줄이는 기존 치료법을 넘어, 병든 지방의 ’질(Quality)‘을 직접 개선하는 새로운 대사질환 치료 전략의 길이 열린 것이다.

공동 연구진은 수술을 받은 한국인 21명의 내장지방을 △정상 체중(8명) △비만(5명) △비만 및 당뇨병 동반(8명) 등 3개 그룹으로 정밀 분류해 첨단 분석 기술인 ‘단일세포핵 RNA 분석(Single-cell nucleus RNA sequencing)’을 적용하여 약 8만 6000개의 세포를 개별 분석하고, 질환 진행 단계에 따른 내장지방의 상세 ‘세포 지도’를 구축했다. 그 결과, 지방줄기세포와 지방세포 가운데 단백질 ‘THBS1’을 집중적으로 생성하는 특정 세포 집단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세포들은 섬유화와 염증성 유전자의 발현이 매우 높았으며, 질환이 악화할수록 조직 내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실제로 지방세포 내부의 THBS1 농도는 ‘정상 < 비만 < 비만·당뇨병’ 순으로 현저히 높아졌으며, 체질량지수(BMI) 및 최근 2~3개월의 평균 혈당 수치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HbA1c)가 높을수록 THBS1 발현량 역시 비례해서 증가하는 명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팀은 세포 실험과 동물(생쥐) 실험, 인체 지방조직 배양 실험을 다각도로 병행해 THBS1이 내장지방을 파괴하는 분자 기전을 밝혀냈다.

지방조직은 본래 남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염증을 조절하는 건강한 기관이다. 하지만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커지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상위 조절자인 ‘YAP/TAZ’ 신호 전달 체계가 작동해 THBS1 유전자를 켜게 된다.

이렇게 분비된 THBS1 단백질은 내장지방 속 면역세포(대식세포)를 자극해 섬유화 유발 신호물질인 ‘TGF-β’를 활성화한다. 그 결과 지방조직 내에 콜라겐이 불필요하게 축적되어 흉터처럼 딱딱하게 굳고, 염증성 면역세포가 모여들게 된다. 또한 THBS1은 지방줄기세포가 정상적인 지방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기존 지방세포의 포도당 흡수 능력과 인슐린 신호 전달 체계를 직접 저해해 전신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지방조직을 에너지를 원활히 저장하는 ‘건강한 창고’에서 염증과 흉터로 가득 찬 ‘병든 조직’으로 변질시키는 핵심 원인이 바로 THBS1이었던 셈이다.

연구팀은 치료적 활용 가능성도 검증했다. 비만·당뇨병 환자의 내장지방 조직 및 고지방식을 먹여 비만을 유도한 생쥐의 지방조직에 THBS1 작용을 막는 항체를 투여한 결과, 섬유화와 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는 THBS1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억제제를 개발할 경우, 지방조직의 건강을 회복시켜 당뇨병과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연구팀은 THBS1이 혈액 검사를 통해 내장지방의 염증과 섬유화 진행도를 측정하는 ‘바이오마커(진단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연구를 이끈 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같은 체중이나 체지방량을 가지더라도 내장지방이 얼마나 건강한 상태냐에 따라 당뇨병 등 대사질환 발병 위험이 크게 달라진다”라며 “이번 연구는 실제 한국인 환자의 조직 분석을 통해 지방조직을 병들게 만드는 핵심 원인을 직접 규명했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THBS1을 표적으로 한 대사질환 진단 및 치료 기술 개발을 위해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와 관련해 국내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내장지방 병적 변화 원인 단백질 THBS1 규명
  • 비만·당뇨 악화와 섬유화 유발 기전 확인
  • 항체 차단으로 염증·섬유화 감소 효과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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