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포모’ 대신 ‘조모’? ‘조로’는 어떤가
수정 2026-11-03 00:58
입력 2026-11-03 00:58
‘조모’도 결국 타인 의식 아닐까
타인과의 비교에 전전긍긍 말고
나만의 기쁨, 삶의 주도권 되찾자
최근에는 포모(FOMO) 대신 조모(JOMO)를 말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포모란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근 세대를 중심으로 널리 회자되었다. 주식이 급등하면, 주식 안 산 사람은 ‘포모를 느낀다’는 식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등 변동성이 심해지자, 반대로 ‘소외되는 것의 기쁨’(Joy of missing out)이라는 의미에서 조모를 쓰기도 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소외되었더니 평안하고 행복하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유행에 따르지 않는 마음의 단단함이나 남들에게 휩쓸리지 않는 주관이 주는 기쁨이라며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나는 조모 또한 일종의 타인들을 의식한 행위가 아닌가 싶다. 애초에 타인과 ‘시소’ 같은 관계를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이 조모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의 주식이 오를 때는 내 의자가 내려앉은 시소에서 불안을 느끼다가, 남들의 주식이 내리자 상대적으로 나은 사정인 내 입장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결국 조모를 느끼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포모를 느끼던 사람들이 아닐까?
흥미롭게도 독일어에는 거의 정확히 이를 설명하는 단어가 있다. 과거 내가 ‘분노사회’에 소개하기도 했던 ‘샤덴프로이데’라는 단어다. 샤덴프로이데는 타인이 괴로움을 느낄 때 내가 얻는 안도감이나 기쁨을 의미한다. 남들이 너무 잘나가거나 큰 이득을 얻으면, 우리는 시기심이나 불안감을 느낀다. 반대로 잘나가던 사람이 나락에 빠지거나 파산을 하게 되면 왠지 모를 안도감과 더불어 기쁨을 느끼는 경우마저 있을 수 있다. 이런 감정들은 모두 타인과 나의 ‘관계’에 의존해서 발생한다.
결국 포모든 조모든 본질은 남들과의 ‘비교’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조모 역시 주체적인 감정이나 주관에 기반한 삶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비교에 흔들리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차라리 ‘소외되는 것의 기쁨’보다는 소외되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 자기만의 기쁨을 찾는 것이 더 삶의 본질에 이르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그저 살아가는 기쁨’이라는 뜻의 조로(JOLO·Joy Of Living On) 같은 언어를 써 보는 건 어떨까.
미국의 작가 제니 오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에서 온라인에 가득한 비교와 관심 문화를 경계하며 다음과 같이 쓴다. “내가 삶에서 가장 큰 행복과 충족감을 느낀 때는 모든 필멸의 존재에 따르는 희망과 고통, 슬픔과 더불어 살아 있음을 온전히 인식한 순간이었다.” 그는 쓸모로 삶을 재단하고, 타인과 ‘좋아요’ 숫자로 비교하며, 항상 투자 대비 수익을 따지는 행위는 우리에게 진정한 기쁨을 줄 수 없다고 본다. 대신 이 빅테크 알고리즘 시대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온전히 존재하는 기쁨을 느끼고, 자연과 마음을 관찰하며 진정한 행복을 회복해갈 것을 주문한다.
제니 오델의 요청처럼, 남들과의 비교에 시달리며 ‘포모’와 ‘조모’를 오가기 보다는, 서로 소외시키고 소외당하는 저 거대한 사회문화 자체를 가능한 한 거부해보려는 건 어떨까. 타인과의 비교에 전전긍긍하느라 인생 대부분을 소비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자기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보다 온전한 기쁨을 누리려는 희망을 품어보는 것이다.
물론, 포모의 시대가 당장 종언을 고하긴 힘들 것이다. 각종 금융시장의 변동성, AI의 발전과 확장, 흔들리는 국제정세나 나라의 미래 속에서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불안정과 두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때론 보다 ‘온전히 존재하는 기쁨’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스마트폰을 끄고, 비교를 멈추고, 타인들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나의 시간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삶의 가치나 행복이 반드시 남들이 모두 쫓는 것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방향에도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오늘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정지우 변호사·작가
2026-11-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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