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국민 아버지가 남긴 “적당함”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수정 2026-11-03 04:11
입력 2026-11-03 00:57
이미지 확대


“너무 즐겁다고 즐거워하지 말고 너무 슬퍼도 슬퍼하지 마라. 적당함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우리 삶이더라.”

한국의 대표적 아버지상을 연기해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이 어제 영면에 들었다. 지난달 29일 87세 일기로 별세한 고인은 최근 방송된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적당함”을 강조하며 인생에서 ‘중용의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이렇게 풀어놨다.

드라마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 ‘전원일기’의 양촌리 김민재 회장 등을 거쳐 ‘한국인의 밥상’으로 14년간 전국을 누비며 발자취를 남긴 고인의 삶은 항상 낙관적이고 희망적이었다. 고인은 다큐에서 꿈에 대한 질문에 “꿈이 없으면 죽는 거지, 꿈이 있지”라며 “연기를 잘해서 상을 탄다든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든지 이런 게 다 꿈이지. 실현할 수도 있겠지만 참고 있는 게 많아”라고 했다. 젊었을 때나, 나이가 들었을 때나 항상 꿈을 꾸지만 여기에도 과하지 않은 적당함이 묻어난다.

행복에 대해서는 ‘공동체 정신’을 강조했다. “불편한, 불안한 마음이 없으면 그게 행복이지. 나만 행복해질 수가 없어. 다 같이 행복해져야지.” 그래서였을까. 고인은 ‘전원일기’에서 금동이 입양 에피소드가 방송된 뒤 격려 연락이 쇄도하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을 맡는 등 40년 넘게 나눔을 실천했다. “진정한 봉사는 비 맞고 있을 사람에게 우산을 받쳐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라면서.

장례 미사를 집전한 염수정 추기경이 고인의 말을 공개했다. “연기자가 구도자는 아니지만 그런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구도자의 길을 가야 한다고 깨달으며 책임감을 느낀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더 신경 쓰고자 한다.”



이제 ‘국민 아버지’를 볼 수 없지만 그가 남긴 중용과 나눔, 책임감은 후대에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

김미경 논설위원
2026-11-03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