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창] 국민의 알 권리와 기업의 권익, 균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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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11-03 00:58
입력 2026-11-03 00:58
민주주의의 출발점은 국민이 정부의 활동을 알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미국 헌법의 기초를 마련한 제임스 매디슨은 “국민에게 정보가 없거나 이를 얻을 수단이 없는 민주 정부는 희극이나 비극의 서막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200여년 전 이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국민의 위임을 받아 권한을 행사하는 정부는 무엇을, 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설명할 책임이 있다. 국민의 알 권리는 단순한 정보 접근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적 통제의 토대인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법 집행도 예외일 수 없다. 공정위는 담합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조사하고 제재하는 권한을 행사한다. 기업의 경영 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과 국민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 그만큼 공정위가 어떤 사건을 조사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 판단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사건의 진행 상황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민에게는 법 집행의 과정을 보고 그 적정성을 평가할 기회를 제공한다. 공직자에게는 자신의 판단이 국민의 평가 대상이 된다는 책임감을 일깨운다. 국민의 감시와 공직자의 자기 규율이 맞물릴 때 행정의 책임성은 한층 단단해진다.

최근 공정위가 조사를 마친 주요 사건의 심의 절차 개시 사실을 공개하는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법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한편 경쟁 당국의 공식 조사 결과를 공개해 시장의 억측과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특히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건에서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이 담합으로 왜곡됐을 가능성을 국민께 알리는 것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물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기업의 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 심사관이 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더라도, 최종적인 위법 여부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그 과정에서 기업은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며, 혐의가 확정되기 전에 부당한 낙인이 찍혀서도 안 된다.

이에 공정위는 국민 생활과 경쟁 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대 사건으로 공개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는 한편 공개 내용은 국민이 알아야 할 객관적 사실을 중심으로 하되, 기업의 영업 비밀이나 구체적인 증거·진술 등 민감한 정보는 보호한다. 무엇보다 조사 결과는 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기업의 정당한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한다. 피조사 기업의 권익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위한 위원회의 치열한 고민과 숙고의 결과인 셈이다.

이는 해외 주요 경쟁 당국에서도 보편적으로 확립된 절차다. EU 집행위는 조사가 끝난 사건에 대해 심사보고서 송부 사실과 핵심 쟁점을 공개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도 행정 고발 시 주요 혐의를 대외적으로 밝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있다. 알 권리와 피심인 권익의 조화를 도모하는 글로벌 표준과 궤를 같이하는 셈이다.

공정거래 정책의 목적은 제재 그 자체가 아니라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는 건강한 시장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앞으로 공정위는 피심인의 의견과 소명을 충분히 듣고 법과 원칙에 따라 위법 여부를 신중하고 공정하게 가려낼 것이다. 국민이 알아야 할 객관적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고, 기업에 공정한 절차 속에서 충분히 다툴 기회를 보장하는 것. 절차의 투명성과 판단의 엄정함을 바탕으로 국민과 시장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법 집행을 이어 가겠다.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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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2026-11-0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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