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미국 중간선거 이후 우리에게 닥칠 일

윤창수 기자
수정 2026-11-03 04:07
입력 2026-11-03 00:57
트럼프 선거 져도 탄핵 위험 없어
민주당 상원 장악 시 한국과의
원자력·핵잠수함 공조에 제약
대미 투자 ‘산업공동화’ 우려도
2026년에도 미국 중간선거의 저주는 이어질까. 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20번의 중간선거에서 집권 여당은 단 두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원 의석을 야당에 뺏겼다. 두 번뿐인 예외는 ‘르윈스키 탄핵 역풍’이 일었던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과 9·11테러 이후 국가비상시기였던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대통령이든 위대한 대통령이든 중간선거에서는 진다. 우리는 그걸 뒤집을 것”이라며 약 30곳의 공화당 텃밭을 직접 찾아 표심을 다졌다. 역대 자신처럼 유세를 뛴 대통령은 없었다는 자화자찬도 잊지 않았다.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내준 평균 하원 의석 수는 약 25개다. 트럼프 대통령이 25개 이하의 의석을 민주당에 빼앗긴다면 선방하는 셈이다. 반면 상원은 100개의 의석 가운데 3분의1만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그만큼 내줄 의석 수도 적다.
올해 중간선거에서는 35명의 상원의원이 새로 선출되는데, 현재는 공화당 53대 민주당 47로 여당이 우위다. 선거에 나온 의석은 공화당 22석, 민주당 13석으로 야당은 순증 4석을 더 얻으면 상원 다수당이 된다.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하원의 과반 찬성을 거쳐 상원의 3분의2 이상인 최소 67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민주당이 자기 방어 의석 13석은 지키고 공화당 의석을 모두 빼앗을 가능성은 0%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록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내주고 참패하더라도 탄핵당할 위험은 없으며 거부권 행사로 민주당의 압박을 방어할 수 있다. 원하는 법안 표결은 어렵겠지만 행정명령만으로 국정을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상원 장악은 한국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추진 중인 원자력 협력과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에 제약이 될 수 있다. 미 의회 ‘핵무기 및 군비통제 워킹그룹’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는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핵 관련 권한 확대를 반대하는 편지를 보냈다.
핵무기 워킹그룹은 초당적 모임이지만 마키 의원과 함께 한국과의 핵 협력에 대한 우려를 담은 대통령 서한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민주당 의원이다. 이들 4명의 민주당 의원은 한국이 1970년대 핵무기를 개발하려다 유엔 조사를 받았으며, 2024년 윤석열 정권이 핵개발을 시사하자 바이든 정권이 ‘민감국가’로 지정했다는 사실까지 짚었다.
의회 내 코리아스터디그룹의 일원으로 ‘친한파’인 마키 의원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만나서도 난공불락의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무기 반대 활동가로 평생 일해 온 마키 의원에게 원자력과 핵잠의 한미공조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 민주당 정권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동맹국의 핵 잠재력에 비교적 관대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와 우주발사체의 고체연료 사용 허가를 얻어냈다. 하지만 핵잠은 원자력에너지법 123조에 따라 의회의 검토와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중간선거가 민주당 압승으로 끝난다면 쉽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제일주의는 트럼프 정부만의 일회성 정책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에서 약속한 대미투자 3500억 달러(약 469조원)의 부담은 중간선거 이후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관세를 무기로 자국 제조업의 재부흥을 위해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받아냈지만, 우리는 일자리를 넘겨주고 생산 능력은 약화되는 ‘공동화 현상’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프린스턴대의 로버트 길핀 교수는 1950년대 중후반~1960년대 초 자국 기업의 과도한 해외투자가 경제 공동화 현상과 패권력의 상대적 쇠퇴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한국 대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면서 벌써 청년들의 일자리 찾기는 첩첩산중이 되고 있다.
중간선거 결과가 어떻든 ‘난기류’를 만났다는 한미 관계가 쉽사리 순항할 것 같지는 않다. 안전벨트를 꽉 조여 매는 것만으로 헤쳐갈 수 있을까.
윤창수 국제부 전문기자
2026-11-0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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