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의 작은 몸 안에 품은 ‘거대한 우주’를 만나다

오경진 기자
수정 2026-11-03 00:54
입력 2026-11-03 00:54
불교중앙박물관 ‘동자동행…’ 展
그윽한 눈빛에 익살스런 표정까지불교미술 조연서 주연으로 재조명
목조선재동자상 등 유물 93점 전시
불교중앙박물관 제공
천진난만한 아이의 미소부터 구도자의 진지한 눈빛까지. 동자의 작은 몸 안에는 거대한 우주가 담겨있다.
내년 2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동자동행(童子同行), 작은 몸에 담긴 세계’는 전국 주요 사찰에서 전해지는 동자 관련 성보(성스러운 보물)를 한데 모은 전시다. 그간 불교미술에서 조연이었던 동자를 전시의 주인공으로 삼아 다양한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다. 보물 6건과 유형문화유산 16건을 포함해 총 47건 93점의 유물을 만날 수 있다.
강원 평창군 상원사에서 문수보살의 곁을 지켜온 목조선재동자상은 이번 전시의 백미다. 통통하고 아담한 몸매에 하얀 피부를 한 동자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다소 구부정한 자세는 고귀한 존재 앞에서 예의를 갖추려는 것일 터다. 먼 곳을 응시하는 눈빛이 한없이 그윽하다. 도(道)를 구(求)하려는 것일까.
1466년 조선 세조의 둘째 딸 의숙공주 부부가 세조와 왕실의 평안을 기원하며 발원한 조각상이다. 불교 전승에서 선재동자는 문수보살의 법문을 듣고 깨달음을 얻고자 남쪽으로 먼 구도의 길을 떠나는 인물이다. 모든 존재를 존중하고 상아탑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진리를 구해야 한다는 가치를 설파한다. 이 조각상은 문수보살과 선재동자를 한 쌍으로 조성한 가장 이른 시기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보물로 지정된 서울 흥천사 목조남순동자상과 해상용왕상은 뚜렷하고 화려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흥천사 대방에 봉안된 목조관음보살상의 양옆을 지키고 있는 조각상이다. 남순동자(선재동자의 다른 이름)는 정병을 두 손으로 높이 들고 있으며, 해상용왕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관음보살께 공양을 올리고 있다. 화엄경에서 남순동자가 관음보살을 찾아가는 장면과 신라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의 진신(眞身)을 만나기 직전 해상용왕으로부터 여의보주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형상화했다.
불화(佛畫) 속에 표현된 동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번 전시를 즐기는 방법이다. 보물로 지정된 옥천사 시왕도(효안 스님 등, 1744년)에는 지옥에서 망자들을 심판하는 10명의 왕이 그려져 있다. 그림에서 동자들은 왕의 옆에서 물건을 들어주는 등 자잘한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관심은 딴 데 가 있는 듯하다. 고통스러운 벌을 받는 죄인들을 힐끗 쳐다보는 동자들의 표정이 익살스럽다.
불교중앙박물관 제공
불교에서 ‘동자’는 어린아이를 가리킨다. 그러나 단순히 그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물듦이나 애착이 없다는 점에서 청정하고 수행의 가능성을 지녔기에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작고 아담한 몸에도 우주를 품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은 “그동안 불교미술에서 동자는 부처님과 보살님의 곁을 지키는 협시나 사자, 혹은 명부에서 선악을 기록하는 부수적인 존재로 여겨지곤 했다”면서 “그러나 오랜 세월 사찰의 전각을 지켜온 동자들은 결코 작은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구법과 실천의 가장 숭고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오경진 기자
세줄 요약
- 불교중앙박물관 기획전, 동자를 주인공으로 재조명
- 상원사·흥천사 등 사찰 성보 93점 한자리 전시
- 청정한 마음과 구도의 상징으로 동자 의미 확장
2026-11-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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