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보유량보다 많은 1만 8270개
800곳 지갑에 ‘30초 쪼개기’ 송금
총 피해 64억 달러 중 44% 동결·확보
연합뉴스
북한 연계 해킹조직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탈취한 비트코인이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보유량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한 전체 가상자산 피해액은 약 64억달러로, 이 가운데 약 44%가 동결되거나 확보됐다. 그러나 해커들이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나머지 자금 상당수를 짧게는 30초 만에 분산하면서 국제사회는 추적과 차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와 코인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이번 해킹의 배후로 지목한 북한 조직이 탈취한 가상자산 중 비트코인은 1만 8270개에 달한다. 1개당 7만 8500달러의 시세를 적용하면 약 14억달러(약 1조 8700억원)어치다. 한때 가상자산 신봉자였던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비트코인 보유량인 1만 8712개와 비슷한 규모다. 테슬라의 보유량(1만 1509개)보다는 약 59% 많다. 북한의 지난해 상품 수출액 전체(4억 6859만 달러)의 약 3배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포함한 전체 가상자산 피해액은 64억 3000만 달러로, 지난해 2월 북한이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에서 탈취한 14억 6000만 달러의 4배가 넘는다.
탈취한 가상자산을 다른 종류로 바꾼 물량도 상당하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비트쿼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북한 해킹조직이 보유한 이더리움은 52만 5201개로, 이더리움 투자사 더 이더 머신의 보유량(49만 5362개)보다 많았다. 바이낸스에서 훔친 이더리움뿐 아니라 다른 가상자산을 이더리움으로 바꾼 물량까지 포함한 수치다.
북한 해커들이 훔친 가상자산을 모두 손에 넣지는 못했다. 엘립틱에 따르면 전체 탈취액 64억 3000만달러 가운데 약 28억 5000만 달러(44%)가 동결되거나 확보됐다. 반면 약 32억 5000만 달러는 해커들이 통제하는 800개 이상의 지갑에 분산돼 있었다. 아직 모두 현금화된 것은 아니다.
자금 동결의 성패는 가상자산의 종류에 따라 갈렸다. 테더와 서클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특정 지갑의 송금을 차단해 각각 11억 8000만 달러와 8억 2300만 달러를 동결했다. 반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중앙 발행사가 없어 같은 방식으로 막을 수 없다. 해커들이 자금을 이런 가상자산으로 바꾸면 행방을 알아내더라도 직접 동결하기 어렵다.
이에 북한 해커들은 차단 회피를 위해 자금을 빠르게 분산하고 있다. 엘립틱이 분석한 주요 지갑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1113건의 송금이 이뤄졌다. 송금 간격의 중간값은 90초였으며 일부 자금은 새 지갑에 도착한 지 30초 만에 다시 이동했다. 평양의 야간에도 거래가 이어졌고 가장 긴 공백은 39분에 불과했다. 엘립틱은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서울 민나리 기자·워싱턴 임주형 특파원
세줄 요약
- 북한 연계 해킹조직, 바이낸스 비트코인 대량 탈취
- 전체 피해액 64억3000만달러, 44%만 동결
- 자동화 분산 송금으로 추적·차단 난항
2026-11-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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