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K원전팀’ 재협상 놓고 진통… 한수원, 대우건설에 시공 계약 해지 통보 파장
대우건설, 산업부에 재협상 중재 요청“설계 안 맡는데 물량 증가비 부담 불합리”
한수원 “91차례 협상…공기 지연 우려”
산업부 장·차관 비상관리 체계 가동
분쟁엔 선긋기…“공식 요청 없었다”
김정관 “매주 직접 점검…팀정신이 경쟁력”
한국수력원자력이 대우건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과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이 결렬됐다고 선언한 이후 대우건설이 “사업 참여를 위한 재협상을 희망한다”며 산업통상부에 중재를 요청했다. 산업부는 “법적 권한이 없다”고 일축했다.
대우건설은 2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달 30일 한수원으로부터 건설 계약 협상 종료 공문을 접수했다”며 “일방적인 협상 종료 절차 진행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하며 하루라도 빨리 사업이 정상화되기 위해 산업부의 중재를 통한 건설 계약 재협상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설계를 맡지 않는 시공사가 원전 1기 추가에 따른 물량 증가와 추가 업무를 공사비 조정 없이 떠안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세계 최초로 건설되는 신규 노형인 APR1000의 유럽 첫 건설에 따른 위험까지 온전히 짊어지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측은 또 공사비 총액을 삭감하고 물량 증가도 일부 수용해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는 수정안을 냈지만, 30여 분 만에 한수원의 협상 결렬 선언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고 말했다. 양측이 좁히지 못한 공사비는 1조원 정도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대우건설이 2022년 3월 수의계약 체결을 위해 ‘총액 확정’ 방식을 제안해와 합의했으나 2024년 4월 최종 입찰 단계에서 물량 불확실성을 이유로 ‘설계 완료 후 정산’으로 변경을 요구하면서 91차례 협상에도 결론을 못 내 공기 지연 우려로 협상을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 측은 “물량 불확실성이 큰 토목 분야는 역무 대부분을 실적 정산으로 수용하고, 시공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예상 증가 물량은 계약금액에 선반영, 기본설계 승인 시점인 2029년 7월에 변경 물량을 반영해 총액을 확정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대우건설 측이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테믈린 원전과 베트남·미국 등 해외 수주를 고려해 산업부 중재로 재협상에 나서고 싶다”며 “현재로서는 가처분 신청이나 소송 제기 등 법적 대응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손실이 나더라도 유럽 첫 원전 시공 실적을 확보해 향후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협상 결렬의 최대 쟁점으로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비를 꼽은 뒤 “추가 물량에 따른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면 회사의 존립까지 위협할 수 있다”면서도 “체코 원전은 회사에 매우 중요한 사업인 만큼 협상을 최대한 이어가고 싶다. 한수원과 다시 협상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원자력사업단을 플랜트사업본부 산하 원자력사업·지원·설계팀 등으로 편제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원전 사업 조직을 해체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으나 대우건설 측은 “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원전은 회사가 주력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원전 사업 축소·철수설을 일축했다.
산업부는 대우건설의 재협상을 위한 중재 요청에 대해 “대우건설의 공식 요청을 받지 못했고, 보도자료를 보고 알았다”며 “지난 2월부터 결론을 내야 한다고 전했지만 진척이 없었고 정부가 기업 간 상업적 협상에 개입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수원은 이달 말 계약 종료 전까지 재협상 논의를 이어가는 한편 신규 입찰 참여도 배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한국형 원전 2기를 건설하는 4220억 코루나(약 25조원) 규모 프로젝트다. 시공을 맡았던 대우건설 컨소시엄 측과 2018년부터 8년간 협력해왔지만 공사비와 계약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본계약 체결 1년 4개월 만에 지난달 29일 계약을 해지했다.
산업부는 이날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장·차관 주도의 비상관리체제를 본격 가동했다. 대우건설 시공 계약 협상 종료에 따라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소요 일정 등 후속 대책을 점검하고 내년 4월 건설허가 신청, 2029년 1월 부지정지 착수, 11월 착공 등 주요 일정들을 집중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한국 원전의 경쟁력은 개별 기업 역량이 결집된 팀워크 정신”이라며 “당분간 장·차관이 비상관리체제를 가동해 매주 사업 현안을 직접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전날에도 자신의 ‘엑스(X)’ 계정에 “두코바니 원전 사업 수주에 최전선에서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가슴 아프고 답답하고, 솔직히 분개와 원망까지 느껴진다”며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열정을 쏟았고 그토록 큰 어려움을 극복하고 얻어낸 사업으로 국가의 신뢰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의 최우선 과제는 명확하다”며 “‘정해진 시간에 예산 내에서’ 체코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그 어떤 사익이나 내부 갈등도 이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이어 “공동의 약속을 위협하는 어떠한 책임 회피나 갈등 방치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며 “두코바니 원전은 약속된 일정과 예산 내에서 반드시 완공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 원자력 산업의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종 강주리·서울 허백윤 기자
세줄 요약
- 대우건설, 체코 원전 재협상 위해 산업부 중재 요청
- 한수원, 91차례 협상 끝 공기 지연 우려로 종료
- 산업부, 법적 권한 없다며 비상관리체계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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