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서툴러 취업 어려움 여전”
일률적 지원에 내국인 역차별 논란도
靑, 이주민간담회 추진 등 수습 나서
“다문화 가족이 과도한 혜택을 받는 집단으로 비치거나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할까 걱정됩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네팔 출신 우다야 바하두르 라이(59)는 2일 다문화 정책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한국어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취업이나 교육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며 “다문화 가족에 대한 차별은 없는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없는지부터 살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문화 가족 지원 정책의 형평성 문제를 잇달아 제기하고 정부가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이주민 사회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책 재검토가 자칫 다문화 가족을 ‘과도한 혜택을 받는 집단’으로 낙인찍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국 출신 안순화(60·여)씨는 “우리도 세금을 내고 일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구성원인데, 다문화 가족을 지원만 받는 사람들로 바라보는 시선이 안타깝다”며 “다문화에 대한 혐오나 편견으로만 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족 지원은 공공산후조리원·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시 가점부터 정책대출 우대금리, 아파트 특별공급까지 보육·금융·주거 전반에 걸쳐 있다. 이주민의 안정적인 정착과 자립을 돕기 위한 취지다. 이러한 일률적인 지원이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소득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화적·언어적 장벽과 사회적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이주민 정책이 소득 수준만으로 결정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키르기스스탄 출신 장 우르피야나(48·여)는 “관공서에서 서류를 발급받을 때 ‘한국인 남편과 함께 오라’고 하거나 취업 과정에서 ‘남편의 허락을 받았냐’는 질문을 듣는다”며 “다문화 가족에 대한 편견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여전하다. 전남광주 목포시에 사는 네팔 출신 타망 니루(35·여)는 “평일엔 통역, 주말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출을 갚는데,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말에 상처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란 출신 파르토비 다니엘(48)도 “인공지능(AI) 관련 창업을 했지만, 거래처가 내국인 업체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윤 명지대 이민다문화학 교수는 “정책의 목적은 물론이고 지원 대상과 기준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지속적인 평가와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정부는 다문화 가족 지원 정책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자칫 다문화 가족 전체에 대한 낙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주민 사회와의 소통에 나섰다. 청와대는 3일 이주노동자 관련 시민단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현장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과 비정기적으로 간담회를 진행해 왔다”며 “최근 대통령 발언에 대한 오해를 풀고 정부가 이주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해 온 노력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혁·정회하·이지·강동용 기자
세줄 요약
- 다문화 지원 형평성 논란 확산, 이주민 긴장 고조
- 지원 축소·재검토 우려 속 낙인과 혐오 확산 경계
- 언어·문화 장벽과 차별 여전, 세심한 기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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