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름만 ‘강제집행’ 아동 인도 절차 실효성 논란… ‘헤이그 협약’ 논의 위해 한국 찾는 美 국무부

김희리 기자
수정 2026-11-02 17:03
입력 2026-11-02 17:03
美 아동보호국 3일 법무부·법원행정처 방문
강제성·집행관 전문성 부족으로 집행 난항
“공적 개입, 전문가 면담 지원 등 보장돼야”
지난달 발생한 ‘제주 부녀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인 4세 아동의 어머니가 헤이그 아동반환 청구 소송에서 승소해 강제집행 허가를 받아냈음에도 끝내 비극을 막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헤이그 국제 아동탈취 협약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호주에서 이혼 소송 중이었는데, 아버지가 무단으로 아이를 데리고 귀국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로 우리나라가 협약에 가입한 지 14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집행 현장에서 어려움으로 협약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아동 인도 절차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 및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주 방한한 미국 국무부 아동보호국 대표단은 오는 3일 법무부와 대법원 법원행정처 등을 차례로 방문해 협약 이행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미 국무부는 관련 연간 보고서에서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한국을 ‘미이행 국가’로 지정했다.
헤이그 국제 아동탈취 협약이란 부모 중 어느 한쪽에 의해 국경을 넘어 불법으로 이동되거나 유치된 아동을 원래 거주하던 국가로 신속하게 반환하도록 하는 국가 간 협약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12월 협약에 가입하고, 이듬해 3월부터 근거가 되는 법안인 ‘헤이그 국제 아동탈취 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주무 부처는 법무부이며, 아동반환 청구 사건 전담 법원인 서울가정법원에서 판단한다.
문제는 아동 인도 집행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법원에서 강제집행 결정이 내려져도 사실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법원 결정에 따라 집행관들이 인도를 시도하지만, 명확한 절차적 기준이 없다 보니 집행 과정에서 아동의 복리를 해쳤다며 외려 민원이나 소송이 제기될 수 있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아닌 만큼 부모가 소재지를 벗어나 아이를 데리고 잠적할 경우 이를 추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 가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법원 집행관들은 부동산 경매나 재산에 대한 압류 집행 등을 주로 담당하는 인력이기 때문에 아동 인도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공권력 개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 교수는 “아동은 본래 거주지에서 6개월~1년만 떠나 있어도 언어나 정서적 안정, 유대관계에 큰 혼란이 오기 때문에 신속성이 헤이그 아동 탈취 협약 이행의 핵심”이라면서 “강제집행 명령이 떨어지면 법원의 구인 명령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 법원이 직접 아동 인도 집행을 관리하는 등 더 강력한 공적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사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이민희(변시 11회) 변호사는 “가사사건은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아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수년 뒤 이혼이나 양육권 다툼의 결론에서 불리한 지위를 갖게 되는 것에 그치는 게 맹점”이라면서 “아동의 복리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최종 본안 판단까지 기다리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 집행 과정에서 경찰력 등 수사기관이 즉각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유아·아동 인도 집행의 집행 주체를 가정법원으로 하고, 집행 과정에서 지켜야 할 구체적인 사항 등을 명시한 가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해당 법 개정이 이뤄지면 이를 기준으로 헤이그 아동 탈취 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도 추가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아동 인도의 강제성을 강화하는 한편, 억지로 아이를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아동 심리 전문가가 집행 전 과정에 참여하게 하고 각 집행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부모 및 아동과의 면담을 의무화하는 등 아동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세줄 요약
- 제주 부녀 사망사건 계기, 협약 집행 실효성 논란 확산
- 강제집행 절차 미비로 아동 인도 지연·잠적 대응 한계
- 미 국무부 대표단 방한, 한국 미이행 문제 개선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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