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협상 앞두고 판 흔드는 우크라이나… ‘패트리엇 vs 정유시설’ 맞교환 제안 [밀리터리노트]

문경근 기자
수정 2026-11-02 15:41
입력 2026-11-02 15:41
세줄 요약
- 패트리엇 지원 조건으로 정유시설 공습 중단 제안
- 유가·물가 압박받는 트럼프 행정부 겨냥한 계산
- 방공망 부족한 우크라이나의 협상력 극대화 시도
미국이 중재하는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 재개를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지원을 조건으로 러시아의 심장부인 정유시설 타격을 멈추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러시아의 거듭된 에너지망 공습에 맞불을 놓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실리 확보에 나선 모양새다.
美 에너지 물가 압박 파고든 젤렌스키의 ‘빅딜’
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제공한다면 러시아 정유시설을 향한 드론 공습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무기를 무상으로 원조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며 “비용을 정당하게 지불하겠다”고 했다.
이번 제안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에 시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자제할 것을 잇따라 요구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미국의 다급한 처지를 역이용해, 서방의 핵심 방공 자산을 확보하는 ‘거래’를 성사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방공망 바닥난 우크라이나… “러시아는 전력망 치는데 방관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의 이런 강수 뒤에는 극심한 방공망 부족이라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방공 미사일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가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습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실제로 러시아는 최근 하룻밤 사이에만 수백 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역의 전력 및 가스 시설을 무차별 폭격하며 민간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리 국민을 죽이고 모든 에너지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우리가 공격을 멈추길 원한다면 러시아 역시 에너지 시설 공격을 중단해야 하고, 그것이 안 된다면 미국이 방공망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전 협상 판도 흔들 ‘메기’ 되나… 험로 예상되는 실현 가능성
다만 이 같은 ‘맞교환 제안’이 실제 안보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미 국무부가 최근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 500발 판매 방안을 승인하기는 했으나, 실제 생산 및 인도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기존 재고를 끌어모아 조기 인도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서방 국가들 역시 자국 방위태세를 고려할 때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이달 중 재개될 예정인 우크라이나·러시아 간의 종전 협상을 앞두고 터져 나온 이번 발언은 양측의 기싸움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우크라이나가 자국의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유시설 공습’이라는 카드를 지렛대 삼아 판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적 해법 모색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우크라이나의 이 파격적인 제안이 협상의 향방을 가를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문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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