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진 날씨 속 무심코 뛴 러닝, 심장엔 ‘시한폭탄’
이병문 기자
수정 2026-11-02 14:09
입력 2026-11-02 14:09
기온 떨어지면 혈관 수축·혈압 상승으로 심장부담 가중
안전하게 달리려면 준비운동과 단계적 강도 조절 중요
건강을 챙기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가 오히려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추위에 대비한 충분한 준비 없이 밖으로 나가거나 자신의 체력 수준을 넘어서는 고강도 달리기를 강행할 경우 심장에 치명적인 과부하가 걸릴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우리 몸은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체온 손실을 막고 내부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피부와 말초혈관을 즉각 수축시킨다. 이 과정에서 혈관 저항이 급증하고 혈압이 상승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심장이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기 위해 써야 하는 힘이 평소보다 훨씬 커진다. 기온이 급격히 하강하는 환절기와 겨울철에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유독 높아지는 이유다.
여기에 달리기와 같은 전신 운동이 더해지면 심박수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심근(심장 근육)이 필요로 하는 산소 요구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문제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이미 좁아져 있는 사람들의 경우다. 운동 중 심장에 필요한 혈액과 산소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가슴 통증을 동반한 협심증이 발생하거나 악화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혈전이 혈관을 막아 심근경색이나 치명적인 부정맥,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평소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거나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은 추운 날씨에 야외 러닝을 할 때 더욱 엄격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저질환이 없는 평소 건강한 사람이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자신의 체력을 과신한 채 무리하게 뛰는 행위 자체가 심장에 큰 위험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운동량이 부족했던 사람이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장거리 마라톤이나 고강도 인터벌 러닝에 도전하면, 심폐기능이 급작스러운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과부하 상태에 빠지게 된다.
또한 타인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페이스를 올리거나 개인 기록 단축에만 집착하는 태도 역시 위험을 키운다. 타인과의 경쟁 심리는 자신의 신체 상태가 보내는 피로 신호를 무시하게 만들고, 체력 한계를 초과하는 과도한 운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더욱 경계해야 할 점은 뚜렷한 전조증상이 없는 무증상 심장질환의 가능성이다. 일부 심장질환은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다가 격렬한 운동으로 심장에 극심한 부하가 걸릴 때 비로소 드러나기도 한다. 따라서 스스로 건강하다고 자신하더라도 무작정 거리를 늘리거나 속도를 올리기보다는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춰 운동량을 단계적으로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운동을 쉬었다면 가벼운 산책이나 조깅부터 시작해 운동 시간과 강도를 차근차근 늘려가야 한다.
추운 날씨 속에서 안전하게 러닝을 즐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내에서의 충분한 사전 준비다. 야외로 나가기 전, 따뜻한 실내에서 5~10분간 가볍게 걷거나 동적 스트레칭을 통해 관절과 근육을 풀고 심박수를 적절히 올려놓아야 한다. 야외에 나간 뒤에도 처음부터 빠르게 뛰지 말고 천천히 조깅으로 시작해 몸이 기온과 운동 강도에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복장 역시 중요하다. 두꺼운 옷 한 벌보다는 통기성과 보온성을 갖춘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 기온에 따라 체온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진 날에는 무리하게 야외 달리기를 고집하기보다 실내 트레드밀이나 대안 운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안전하다. 운동을 마친 후에도 갑자기 동작을 멈추지 말고, 5분 이상 천천히 걸으며 심박수와 혈압이 안정 상태로 돌아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운동 중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달리다 가슴이 조이거나 짓눌리는 듯한 통증, 평소와 다른 극심한 호흡곤란, 어지럼증, 식은땀, 식은 헛구역질 등이 나타난다면 그 즉시 운동을 멈추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특히 가슴 통증이나 압박감이 지속되는 등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증상이 발생할 경우, 단순한 운동 피로로 여겨 방치하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해 응급 처치를 받아야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노승영 교수는 “추운 날씨에는 혈관 수축과 혈압 상승으로 심장이 받는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무리한 운동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며 “러닝은 심혈관 건강을 증진하는 탁월한 운동이지만, 자신의 건강 상태와 체력을 고려하지 않으면 도리어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준비운동과 단계적인 강도 조절로 안전하게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추위 속 러닝, 혈관 수축과 혈압 상승 위험
- 무리한 달리기, 협심증·심근경색·심정지 우려
- 준비운동·강도조절·증상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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