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서 홍콩 거쳐 북한으로…유령선 동원해 철강·무기 빼돌린 北의 ‘밀수’ 루트 [밀리터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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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수정 2026-11-02 14:04
입력 2026-11-02 13:57
세줄 요약
  • 미국산 무기·철강의 홍콩 경유 북한 밀반입 확인
  • 유령선 4척 동원, 선박명·국적 변경과 AIS 차단
  • 유엔 제재 감시 공백 속 다국적 밀수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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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지난 27일 북한에 나진·하산 철도 운송 확대를 제안한 가운데 2014년 나진항 3호 부두에서 화물선에 석탄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DB
러시아가 지난 27일 북한에 나진·하산 철도 운송 확대를 제안한 가운데 2014년 나진항 3호 부두에서 화물선에 석탄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DB


미국에서 물품을 조달해 북한으로 넘기는 국제 밀수 조직의 실체가 드러났다. 자유무역항의 허점과 유엔(UN) 감시 공백을 틈탄 치밀한 불법 거래망이 동아시아 해역에서 활개 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냉장고·주방용품’으로 위장… 북한 외교관 이삿짐까지 악용한 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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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외 노동장 송환 시한을 하루 앞둔 2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북한 노동자로 추정되는 북한 여성들이 입국장에서 감독관으로 보이는 사람의 인솔을 받고 있다. 2019.12.21 연합뉴스
북한 해외 노동장 송환 시한을 하루 앞둔 2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북한 노동자로 추정되는 북한 여성들이 입국장에서 감독관으로 보이는 사람의 인솔을 받고 있다. 2019.12.21 연합뉴스


2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2024년 미국에서 적발된 대북 무기 밀수 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에서 발송된 총기류 등 무기는 자유무역항이자 화물 물동량이 방대한 홍콩으로 입항했다.

홍콩에서 밀수를 주도한 인물은 ‘위링무역유한공사’의 실질 경영자인 홍콩 국적의 차이 모로 파악됐다. 그는 2023년 홍콩 주재 북한 총영사관 폐쇄로 인해 본국으로 귀국하는 북한 외교관의 이삿짐 운송을 맡았던 점을 악용했다.

세관 당국이 외교관의 짐을 세밀하게 검사하지 않는 허점을 노려 미국에서 온 무기를 ‘냉장고’와 ‘주방용품’ 등으로 허위 신고한 뒤 화물선 ‘산리치’에 함께 실어 북한으로 빼돌렸다. 다만 해당 북한 외교관은 밀수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령선’ 4척 동원… AIS 끄고 비밀 기항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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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화물선 1척이 4월 초 러시아 극동의 보스토치누이항과 북한 나진항에 기항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위성사진 분석을 바탕으로 9일 보도했다. 이 화물선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북한으로부터 러시아로 무기와 탄약을 운반한 혐의가 있다. 2024.6.9 (요미우리신문 캡처)
러시아 화물선 1척이 4월 초 러시아 극동의 보스토치누이항과 북한 나진항에 기항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위성사진 분석을 바탕으로 9일 보도했다. 이 화물선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북한으로부터 러시아로 무기와 탄약을 운반한 혐의가 있다. 2024.6.9 (요미우리신문 캡처)


이번 밀수에는 홍콩뿐만 아니라 대만과 중국 국적의 민간인 세력도 깊숙이 개입했다. 화물선을 사실상 소유한 대만 국적의 왕모, 그리고 선박 운항회사인 ‘톈마선무유한공사’의 실질 경영자 중국 국적의 량모 등이 조직을 구성해 현재까지도 화물선 4척을 동원해 활동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치밀한 수법을 동원했다. 밀수에 이용된 화물선들은 선박 이름과 선적국을 수시로 바꿔치기했으며 홍콩을 출항해 서해상에 진입하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꺼버리는 수법으로 위치 감시를 교란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이 화물선들이 기항지로 신고한 한국 등의 항구에는 실제로 거의 들르지 않은 채, 북한 항구를 비밀리에 드나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따라 수출이 금지된 철강류를 운송하는가 하면,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북한으로 석유를 밀반입하려는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벌어진 ‘제재 감시망’… 국제사회 공조 허점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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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왼쪽)와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 〈사진=유엔 TV〉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왼쪽)와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 〈사진=유엔 TV〉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감시 공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제재 이행 상황을 감시해 온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2024년 4월 말 공식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감시의 눈이 느슨해진 틈을 타 민간 밀수 조직과 북한이 결탁한 다국적 범죄 루트가 활개 치고 있는 셈이다. 후루카와 전 패널은 중국을 포함한 모든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불법 활동에 연루된 선박을 압류하고 자산 동결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민간 네트워크와 유령선을 동원한 북한의 지능적인 밀수 유착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문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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