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변압기 기술, 10년 지났으니 맘대로 도용?…대법 “일률적 판단 불가”

박은서 기자
수정 2026-11-02 11:06
입력 2026-11-02 11:06
세줄 요약
- 설계 도면 무단 사용, 변압기 납품 분쟁 발생
- 대법원, 10년 경과만으로 보호 제외 불가 판단
- 4차 납품도 모방성·보호가치 인정 가능성 제시
다른 회사의 설계 도면을 도용해 제품을 만들었다면 해당 기술의 보호 기간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보호 대상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프랑스 변압기 제조업체 A사가 국내 변압기 제조업체 B사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 소송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사는 2010년 4월 B사와 철도차량용 변압기 제작·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변압기 63대와 설계 도면 등을 제공했다. 계약에는 해당 자료의 무단 사용과 공개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럼에도 B사는 A사의 동의 없이 유사 제품을 제작하고 2013~2021년 사이 네 차례에 걸쳐 변압기 162대를 수주해 일부는 한국철도공사 등에 납품했다.
무단 사용 중단을 요구한 A사는 B사가 독자적인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위법행위를 부인하자 제품 폐기 및 약 3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사가 계약을 위반하고 제품을 베낀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2억 5000만원의 손해배상 등을 명령했다. 2심은 나아가 1차 납품 행위는 민법상 불법행위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배상액을 8억 681만원으로 늘렸다. 다만 이 중 2021년 이뤄진 4차 납품 행위에 대해 “변압기 기술의 보호 기간은 최초 납품한 2011년부터 10년이므로 이는 보호 기간 경과 후이기에 부정경쟁행위나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1, 2, 3차 납품 행위에 내린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4차 납품 행위 부분은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2021년 계약에 따라 납품한 변압기도 A사로부터 최초로 제공받은 제품을 거의 그대로 모방한 것으로, 10년이 지난 후에도 경쟁력과 보호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B사는 A사의 변압기를 거의 그대로 모방한 것이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A사 변압기는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도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보호 가치 있는 성과물에 해당한다고 볼 소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4차 납품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에는 보호 기간 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사실을 오인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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