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에 업혀온 ‘수출 1조’… 샴페인 못 터뜨리는 까닭
수정 2026-11-02 00:05
입력 2026-11-01 22:22
내수 부진에 청년 고용률 하락은 여전
반도체 이후 산업과 일자리 육성 절실
연합뉴스
지난달 수출이 1152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올해 누적 수출액이 9300억 달러가 됐다. 사상 처음 9000억 달러를 넘었고 1조 달러까지는 700억 달러 남았다. 지난달 조업일 하루에 52억 달러씩 수출했으니 이달 중 1조 달러 달성이 확실시된다. 이 기록은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네 번째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엑스(X)에 “100억 달러를 축하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감격”이라고 썼다.
수출 호황은 반도체 덕분이다. 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93.7% 늘었는데 반도체는 259.4%나 증가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564억 달러)은 지난해 10월 전체 수출액(595억 달러)과 맞먹는 규모다. 데이터센터 등의 수요 급증세가 이어지는 데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고정가격도 오르고 있어서다.
덕분에 경제성장률 지표가 긍정적이다. 3분기 속보치가 전기 대비 1.0%로 한국은행 전망치(0.3%)를 훌쩍 웃돈다. 한은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물론 해외 주요기관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대 중후반으로 올려 잡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출생 고령화로 장기간 떨어졌던 잠재성장률의 반등 조짐이 보인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반면 3분기 소매판매는 전 분기보다 1.0% 줄어 2분기(-1.8%)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언제든 국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9월 소비자물가는 2.9%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0%)를 훨씬 웃돈다. 가계 빚이 상반기에 이미 2000조원을 넘었는데 한은은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연달아 올린 데 이어 이달에도 인상이 점쳐진다. 고물가와 이자 부담에 가계가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
수출 호황은 축하할 일이지만 체감경기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반도체 경기는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가 주도하고 있다.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고 이에 따라 주식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규제 개혁을 통해 반도체 이후의 수출품목을 키우는 일이 급선무다. 수출 구조 또한 소재·부품·장비산업과 중소·중견기업으로 다각화해야 한다.
일자리 마련도 시급하다. 청년(15~29세) 고용률은 44.0%(9월 기준)로 29개월 연속 내림세다. 일자리 효과가 큰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과감하게 투자해 내수 회복과 고용 창출을 유도해야 한다. AI 시대에 맞게 교육 및 직업훈련 체계 개편도 절실하다. 반도체 수출 호황의 온기가 산업 전반과 가계로도 확산하는 일은 정부에 달렸다.
2026-11-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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