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외국인 노동자’와 지도자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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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헌 기자
최재헌 기자
수정 2026-11-02 00:04
입력 2026-11-01 22:12

외국인 노동자 90%는 3D 업종 공백
해외서 보내온 역외 송금 1.7배 많아
차별과 배제의 언어, 부메랑 될 수도

인구 절벽에 직면한 대한민국에서 인력 개방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국내 상주 외국인은 169만 2000명, 취업자는 111만명이다. 이 중 비전문취업(E-9) 비자가 32만 1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8.9%를 차지한다. E-9의 분야별 취업 비중은 광업·제조업 79.9%, 농림어업 15.0%, 건설업 3.0% 순으로, 대부분 내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의 공백을 메운다.

이들이 “소득을 전부 송금한다”는 인식은 과장이다. 외국인 소득 중 국내 생활비 지출은 37.3%로 국내외 송금(25.5%) 비율보다 약 1.5배 높다. 단기 체류하는 E-9은 송금 비율이 56.5%로 평균의 두 배 수준이지만, 나머지 43.5%는 생활비와 소비 등으로 국내에 풀린다. 이 소비는 소멸해 가는 지방 골목상권의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 역시 과거부터 전 세계에 노동력을 공급해 온 나라다. 재외동포청의 ‘2025 재외동포현황’에 따르면 세계 181개국에 거주 중인 재외동포는 700만 6703명으로, 이 중 한국 국적을 가진 재외국민은 240만 2026명이다. 미국(약 101만명), 일본(41만명), 베트남(19만명), 중국(15만명) 순이다. 유학생·노년층을 제외한 경제활동 종사자는 144만명에 달한다.

글로벌 경제에서 인력 이동은 쌍방향이다. 세계은행(2024년)에 따르면 해외 노동자들이 국내로 보내는 개인 송금액은 약 60억 5000만 달러(약 8조 2000억원)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가 보내는 연간 송금 규모인 35억 5700만 달러(4조 8200억원·2003년 한국은행)의 약 1.7배다. 우리 국민 역시 타국에서 자본을 역송금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외연을 넓혀 왔다.

국제 사회에서는 경제 실패 책임을 타자에게 전가하는 포퓰리즘이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취임 이후 ‘다시 위대한 미국 만들기’(MAGA)를 기치로 내걸고 ‘이주민 철벽’을 세웠다. 중산층 붕괴라는 내부 위기를 해결하는 대신 이민자를 공격 대상으로 삼아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마취제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는 불법 이민자가 “미국인들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거나 “국경을 넘어온 이들 상당수가 ‘나쁜 유전자’를 가졌다”는 인종 혐오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흐름은 이어진다. 프랑스의 극우 정치인들은 파업 책임을 이민자에게 전가하며 이들을 ‘문명의 파괴자’로 낙인찍었고, 스페인의 극우 야당도 경제 실패를 불법 이주민의 복지 축내기 탓으로 돌렸다. 보수 정부인 이탈리아도 재정 부담 책임을 난민에게 미뤄 입항을 제한했다. 이들은 거시적 경제 실패 앞에서 ‘이민자가 일자리와 복지를 빼앗아 간다’는 단순하고 감정적인 언어 프레임에 기대 지지를 넓혀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농어업 인력난을 논의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불러다가 해도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전부 다 송금해 버리고 그러니까”라고 말했다. 정부 공식 통계와도 배치되고 우리 경제 바닥을 지탱하는 이주 노동자를 외화만 축내는 ‘송금 기계’로 폄훼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어 엑스에 에펨코리아의 글을 공유하며 지자체의 다문화가족 산후조리원 우대제 폐지 검토를 밝히며 ‘내국인 가정에 대한 역차별이 돼선 안 된다’고 한 대목은 정책의 본질을 흐리는 왜곡으로 악용될 수 있다.

대통령이 ‘역차별’이라는 단어로 ‘다문화’를 낙인찍는 순간 사회적 소수자는 ‘특혜의 수혜자’라는 ‘공공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일부 보수 커뮤니티에서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마음에 든다”는 지지 글이 올라오는 기묘한 풍경을 ‘구조적 다수’를 향한 외연 확장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를 공공재를 축내는 집단으로 모는 순간, 해외에 거주 중인 우리 국민들이 같은 논리로 차별받을 때 어떤 방어 명분이 있을까. 정치가 던진 차별과 배제의 언어가 돌고 돌아 우리의 목을 죄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최재헌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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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헌 국제부 차장
최재헌 국제부 차장
2026-11-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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