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종이접기’로 빛 회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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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11-01 15:56
입력 2026-11-01 15:56
세줄 요약
  • DNA 종이접기로 금 나노입자 정밀 배치
  • 빛이 모이는 틈에 염료 분자 삽입
  • 미세한 빛 신호 감지 성능 크게 향상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햇빛을 받으면 붉게 타오른다. 이 붉은빛을 만드는 주인공은 유리 속에 흩어진 금 알갱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나노 금은 특정 색의 빛에 유난히 강하게 반응한다.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극소량 분자까지 찾아내기 위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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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분의 1에 불과한 DNA 구조물로 금 알갱이를 원하는 자리에 붙여 빛 회로를 완성했다. 이번 연구는 소량의 분자를 분석하는 광학 센서와 빛과 분자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과학자들이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분의 1에 불과한 DNA 구조물로 금 알갱이를 원하는 자리에 붙여 빛 회로를 완성했다. 이번 연구는 소량의 분자를 분석하는 광학 센서와 빛과 분자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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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고려대, KU-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융합대학원, 미국 하버드대, 호주 시드니대 공동 연구팀은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분의 1에 불과한 DNA 구조물로 금 알갱이를 원하는 자리에 붙여 ‘빛 회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이 회로는 염료 분자 약 70개가 내는 미세한 빛 신호까지 또렷하게 잡아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금은 수십 ㎚(나노미터) 크기로 아주 작게 쪼개면 성질이 달라진다. 빛을 받으면 금 알갱이 표면의 전자들이 한꺼번에 출렁이는 ‘표면 플라스몬 공명’이 생긴다.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의 붉은 빛도 유리 속 금 나노입자가 이런 방식으로 특정 색의 빛과 반응해 생긴다. 금 알갱이 두 개를 아주 가까이 붙여 놓으면 둘 사이의 좁은 틈에 빛 에너지가 강하게 몰린다. 이 틈에 분자를 넣어 두면 빛과 분자가 훨씬 세게 주고받게 돼, 분자가 몇 개 안 돼도 그 흔적을 빛으로 읽어낼 수 있다. 문제는 정밀함이다. 금 알갱이의 모양이 조금 찌그러지거나 간격이 몇 ㎚만 달라져도 빛의 반응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그동안은 매번 같은 구조를 똑같이 만들어 내기가 어려웠다.

연구팀이 꺼낸 해법은 ‘DNA 종이접기’다. DNA는 A는 T와, G는 C와만 짝을 짓는다는 규칙을 이용해 긴 DNA 가닥 하나를 짧은 DNA 조각 수백 개로 ‘스테이플러’처럼 집어 고정하면 설계한 모양대로 저절로 접힌다.

연구팀은 DNA를 세 겹으로 쌓아 지름 약 30㎚, 높이 약 20㎚의 속 빈 원통을 접었다. 머리카락 굵기의 약 3000분의 1 크기다. 벽을 세 겹으로 두껍게 만든 건 무거운 금 알갱이를 매달아도 틀이 흔들리거나 찌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원통 바깥의 정해진 자리에 표면이 매끄럽고 둥근 금 나노입자를 붙였다. 그리고 빛을 흡수하는 염료 분자(YOYO-3)를 DNA에 끼워 넣어, 원통 양쪽에 붙은 금 알갱이 사이, 곧 빛이 가장 강하게 모이는 틈에 염료가 놓이게 했다. 연구팀이 만든 빛 회로는 전자회로가 전기의 흐름을 조절하듯 금 알갱이와 염료를 품은 DNA 틀을 빛으로 다루는 회로 부품처럼 보고 배치를 설계했다. 전자회로에서 부품을 정확한 자리에 꽂아야 회로가 작동하듯 DNA 틀이 정확한 자리를 제공한다. 크기가 다른 금 나노입자 3개로 만든 회로의 공명 품질계수는 19.2로 이전에 보고된 비슷한 금 나노입자 구조들의 4~10과 비교하면 월등하게 차이를 보였다.

감지 성능도 크게 좋아졌다. 연구팀은 금 나노입자 2개 사이에 염료 분자 약 70개를 넣고 금 알갱이가 흩어내는 빛을 분석했을 때도 빛의 색 분포에 특정 색만 움푹 꺼지는 골을 명확하게 관측할 수 있었다.



이승우 고려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DNA 종이접기로 금 알갱이와 분자의 자리를 ‘설계한 대로’ 정해 주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이번 기술은 적은 양의 분자를 분석하는 광학 센서와 빛과 분자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기초과학에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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