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한미약품, 차세대 파브리병 치료제 글로벌 기술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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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문 기자
수정 2026-10-30 09:11
입력 2026-10-30 09:11

바이오마린과 4억7500만 달러 규모 라이선스 계약…환자부담 완화 기대
글로벌 개발·상업화는 바이오마린 주도…국내 허가·판매는 양사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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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와 한미약품이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파브리병 치료제 후보물질이 글로벌 기술수출을 통해 세계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제약사 간 연구개발 협력으로 확보한 기술력을 글로벌 희귀질환 전문기업의 개발·상업화 역량과 결합했다는 점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기존 정맥주사 중심의 치료 방식을 피하주사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향후 개발에 성공하면 환자의 투약 부담과 치료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은 차세대 파브리병 치료제 후보물질 ‘LA-GLA(HM15421/GC1134A)’에 대해 미국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BioMarin Pharmaceutical)과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계약의 총규모는 4억7500만달러(약 6347억원)다. 양사는 선급금 7000만달러(약 935억원)를 받고, 향후 개발 및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최대 4억500만달러(약 5412억원)를 추가로 수령할 수 있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별도의 로열티도 받는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과 개발 성과에 따른 단계별 지급액을 합산한 것으로, 전체 금액이 확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에 따라 바이오마린은 LA-GLA의 글로벌 개발과 상업화를 주도한다.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은 한국에서의 허가 및 상업화를 담당한다. 글로벌 임상 개발과 해외 시장 진출은 바이오마린이 맡고, 국내 사업화 권한은 양사가 유지하는 구조다.

LA-GLA는 유전성 희귀질환인 파브리병을 치료하기 위한 차세대 지속형 효소대체요법(ERT) 후보물질이다. 파브리병은 체내에서 당지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알파-갈락토시다아제 A가 부족해 발생한다. 분해되지 않은 당지질이 축적되면 신장과 심장, 신경계 등 주요 장기가 점진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질환이 진행되면 장기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현재 효소대체요법은 부족한 효소를 외부에서 공급해 체내에 축적되는 물질을 줄이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다만 기존 치료제는 일반적으로 2주 간격으로 정맥주사를 맞아야 해 환자에게 반복적인 투약 부담이 따른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희귀질환의 특성을 고려하면 투여 방식과 치료 편의성을 개선하는 것은 환자의 일상과 치료 지속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LA-GLA는 약물의 반감기를 연장하고 안정성을 개선하도록 설계해 피하주사가 가능하도록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다. 정맥주사 대신 피하주사로 투여할 수 있다면 치료 과정의 부담을 줄이고 환자의 편의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글로벌 임상 1·2상 단계인 만큼 실제 투여 간격과 치료 효과, 안전성 및 편의성은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비임상 연구에서는 신장 기능을 비롯해 혈관과 말초신경계 관련 주요 지표에서 차별화된 효능이 관찰됐다. 이는 파브리병으로 손상될 수 있는 여러 장기의 기능을 고려한 치료제 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비임상 단계에서 확인한 결과가 환자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는 추가적인 임상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기술수출은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국내 제약사와 글로벌 기업의 협력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LA-GLA는 한미약품의 독자적인 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으며, GC녹십자가 보유한 효소대체요법의 생산·임상 개발 경험이 결합됐다. GC녹십자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개발과 상용화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공동 연구와 글로벌 임상을 추진해 왔으며, 이번 계약을 통해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역량을 갖춘 바이오마린과 협력하게 됐다.

바이오마린은 희귀 유전질환 치료제 개발과 글로벌 상업화에 전문성을 갖춘 기업이다. 최근 아미쿠스 테라퓨틱스 인수를 통해 파브리병 분야의 역량도 강화했다. 양사는 이러한 바이오마린의 전문성과 글로벌 사업 기반이 LA-GLA의 개발 속도를 높이고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A-GLA는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았으며, 현재 글로벌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희귀의약품 지정은 개발과 심사 과정에서 일정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의약품의 최종 허가나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그룹 임주현 부회장은 “LA-GLA는 국내 제약사 간 공동연구를 통해 글로벌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의 의미 있는 성과”라며 “글로벌 개발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국내 환자에게도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도 “양사의 긴밀한 연구개발 협력이 거둔 의미 있는 성과”라며 “경쟁력 있는 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글로벌 파트너링과 사업화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국내 제약사가 보유한 기술과 개발 역량을 글로벌 사업화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관건은 임상시험을 통해 LA-GLA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고,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투여 편의성을 실제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시장 진출은 물론 국내 파브리병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GC녹십자·한미약품, 파브리병 치료제 바이오마린에 기술수출
  • 총 4억7500만달러 규모 계약, 글로벌 개발·상업화 분담
  • 피하주사형 ERT 개발로 환자 투약 부담 완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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