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 별세]“분석력 뛰어난 배우가 좋은 배우”, “연기자는 광대” 67년 빛낸 연기관

김기중 기자
수정 2026-10-30 13:54
입력 2026-10-30 09:05
세줄 요약
- 인물 분석과 반복 연습을 중시한 연기관 정리
- 형상화와 자기화의 균형을 강조한 배우론 제시
- 전원일기·이승만 역할로 입증한 연기 철학
“인물의 특성을 철저히 분석하고 연구해야 한다. 또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29일 별세한 ‘국민 아버지’ 최불암의 연기는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20대에 60대 인물을 맡았고, 주로 자신의 나이보다 많은 이를 연기했던 터라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별세와 함께 67년을 이어온 그의 연기관도 다시금 주목받는다.
최불암은 지난 2015년 9월 ‘매일신문’ 김병준의 대담 코너에서 자신의 연기관을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당시 ‘전원일기’와 관련 “진짜 부부인 것처럼 느껴지던데 어떻게 연기하느냐”고 묻자 “작가가 써 준 인물을 잘 분석해서 형상화시키는 것이 50, 자신의 성격과 특성을 담는 자기화가 50쯤 되지 않을까. 배우에 따라 형상화를 잘하기도 하고 자기화를 잘하기도 한다. 내 경우는 형상화를 더 잘하고 싶어 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분석력이 뛰어난 배우가 좋은 배우다. 자신이 연기할 인물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형상화해야 하는 줄 알아야 한다. 그걸 잊어버리고 자신의 모습이 70이 나오고 형상화한 것이 30밖에 안 나오면 그건 실패한 것”이라고 하기도 강조했다.
이에 대한 예시로 ‘제1공화국’ 이승만 대통령 역할을 들기도 했다. 그는 “닮은 데가 없어 못 한다고 했지만 방송사의 강청으로 할 수 없이 하게 됐다”면서 “감옥생활을 하면서 풍이 약간 들었었고, 황해도분으로 이북 사투리를 썼다. 그리고 교회 언어를 많이 사용하셨고, ‘반갑습니다. 만나서’ 하는 식의 영어식 표현이 많았다. 결국 이를 바탕으로 말 떨림에 이북 사투리, 그리고 약간 목사조의 말투 등이 나오는 이승만 대통령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를 스타 배우 반열에 올려놓은 ‘전원일기’를 맡았을 때에 대해 “65세 농부 아버지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막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4년 OBS와의 인터뷰에서 최불암은 “(처음 시작했을 때 나이가) 만 서른아홉이었을 거다. 마흔 살, 1980년에 시작해서 23년간 했다. 근데 내가 마흔 살에 역할을 예순다섯 살, 이제 아버지가 기운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시작되는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실제보다 스물다섯 살이나 많았던 ‘김 회장’ 캐릭터였던 셈이다.
최불암은 “나는 연극 때부터 노인 역 훈련을 많이 했다. 그러니까 나는 청년기가 없이 22살부터 노인으로 계속 갔다. 봐도 그렇듯이 최불암이는 노인 역 아니면 본 얼굴 그건 치지도 않았다. 나 같이 생긴 배우가 어딨나”하며 파안대소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연기자를 가리켜 “광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5월 MBC 특집 다큐멘터리 2부작 ‘파하, 최불암입니다’에서는 “오랜 시간 저를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게 광대의 마음”이라고 했다.
2022년 10월 경남 진주시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13회 코리아드라마어워즈에서 공로상을 받을 당시 “현재는 선배 연기자들을 뿌리 삼고 대 삼아 꽃인 이도 있고 벌써 열매를 맺은 이도 있겠지만, 미래에는 후배 연기자들도 또 하나의 뿌리가 되어 역사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마음에 품고 그분들을 즐겁게 하고 그분들께 사랑받으며 서로 사랑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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