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AI 돈 잔치, 비극으로 끝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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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10-30 02:01
입력 2026-10-29 21:50

앤트로픽·메타 등 주식 발행 추진
美 10년물 국채금리 5% 유지 속
고평가 위험자산 수요 위축 우려

인공지능(AI) 업계의 거인 앤트로픽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투자설명서를 제출하며 증시 입성을 공식화했다.

같은 날 메타 플랫폼스 역시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최대 950억 달러 규모의 주식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대규모 자금 조달은 AI 혁명을 위한 투자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한국 관련 산업 및 경제 전반에 호재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본시장 참가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대목이 적지 않다.

앤트로픽이 제시한 성적표는 수치 그 자체로 경이롭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은 16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배 이상 늘었다. 112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현금성 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비록 금융 상품의 공정가치 평가 조정 등으로 인해 807억 달러에 달하는 회계상 순손실을 냈으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은 이미 39억 달러 플러스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화려한 숫자 뒤편에는 치명적인 위험 요인들이 숨어 있다. 앤트로픽이 향후 7~10년 동안 빅테크 및 반도체·서버 공급사들과 체결한 연산 인프라 계약 의무액만 무려 4750억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지점은 바로 ‘시장이 이 거대한 주식 공급 물량을 과연 감당해 낼 수 있는가’라는 수급의 문제다.

앤트로픽이 추진하는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신주 발행과 메타의 950억 달러 주식 매각, 그리고 내년으로 예정된 오픈AI의 상장 대기 물량까지 합산하면 수개월 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게 된다.

이 같은 주식 공급 폭탄은 기업 내부자들이 ‘자사의 주가가 내재가치에 비해 비싸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전통 기업재무 이론에 따르면 기업이 수익 전망이 밝은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경영진은 내부 자금이나 대출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 굳이 주주의 숫자를 늘려 미래에 발생할 대규모 이익을 나눌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AI 업계 거인들이 외부 자본 조달이라는 수단을 꺼내 든 것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역사적으로 기업공개(IPO) 데이터가 증명하는 장기 수익률 부진 현상이다. ‘IPO 연구의 대가’인 플로리다대 제이 리터 교수에 따르면, 상장 첫날 매출액 1억 달러 미만의 소형주는 평균 20% 이상 올랐다. 5억 달러 이상 대형 기업들도 약 10% 상승했다.

그러나 상장 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소형주는 시장 수익률 대비 마이너스 33%의 참패를 기록했다. 대형주 역시 마이너스 5%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상장 초기의 열광은 시간이 갈수록 퇴색되고, 누적되는 실적 부담과 물량 압박이 주가를 누른 것이다.

더 나아가 진정되지 않는 고금리 기조 역시 주식 시장의 발목을 잡는다. 최근 유럽의 정치적 소요 사태 등으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음에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여전히 5% 수준에 이른다.

기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글로벌 연기금 입장에서, 부도 위험이 극히 낮은 미국 정부 채권이 연 5%의 확실한 이자를 제공하는데 굳이 고평가 논란이 있는 위험자산에 막대한 자금을 집행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결국 앤트로픽과 메타가 쏘아 올린 대규모 자금 조달 경주는 AI 기술이 열어 줄 밝은 미래와 주식시장의 수급 부담 사이의 괴리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기 위해 가동되는 천문학적인 자금의 굴레는 AI 기업이 가장 비싼 비용이자 최후의 수단인 ‘주식 발행’에 의존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다가올 몇 달은 증시 수급과 자본시장의 한계를 시험하는 냉정한 평가의 시간이 될 수도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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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2026-10-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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