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강국의 민낯… “스페인 열차 참사는 안전 방치한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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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헌 기자
최재헌 기자
수정 2026-10-30 01:55
입력 2026-10-29 18:10

열차 추돌 사고로 최소 68명 사망

통신 장애로 앞차 정차해 있는데
관제소가 뒤차에 운행 재개 지시
한국인 탑승자 10명… 2명은 경상

BBC “당국, 노후 인프라 경고 무시”
집권당은 조기 총선 앞두고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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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하게 부서진 객실 열차
처참하게 부서진 객실 열차 28일(현지시간) 밤 스페인 마드리드 남쪽 약 120㎞ 지점인 톨레도주 우르다에서 발생한 고속열차 추돌 사고 현장에서 중장비가 파손된 객차를 들어 올리고 있다.
우르다 AFP 연합뉴스


스페인에서 28일(현지시간) 발생한 고속열차 추돌 사고로 최소 68명이 숨지면서, 유럽 최대 고속철도망을 자랑해온 ‘철도 강국’의 인프라 투자 방식이 지닌 역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1월 46명이 숨진 아다무스 사고 이후 안전 대책 이행을 요구해온 기관사 노조가 29일 ‘24시간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하루 전 참사가 터지면서 당국이 안전 문제를 방치해 비극을 키운 인재라는 비판이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오스카르 푸엔테 교통부 장관은 이날 통신 장애로 열차 운행이 중단된 뒤 시스템이 완전히 복구되기 전에 운행 재개를 결정한 것이 원인이라는 1차 조사 결과를 내놨다.

사고 발생일 오전 당시 교통 당국은 철도 보안과 신호 체계에 전산 오작동이 발생해 열차 운행을 일제히 중단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관제소가 국영 철도 렌페 소속 열차에만 운항을 재개하라고 지시하면서 사고가 났다는 게 푸엔테 장관의 설명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80명이 숨진 2013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탈선 참사 이후 13년 만에 발생한 유럽 최악의 철도 사고의 원인을 관리자 책임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 1월에 이어 이번에 발생한 사고 모두 같은 노선, 동일한 철도 운영사가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원인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스페인의 고속철도망은 약 4000㎞로 유럽 최대이자 세계 2위다. 그러나 탈선·충돌 등 대형사고는 2024년 57건, 2025년 69건으로 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스페인이 2018~2022년 연평균 15억 유로(약 2조 2500억원)를 고속철도에 쓰고도 대부분을 신규 노선 건설에 편중했다고 지적했다. 기존 철도 보수·시설 개선 몫은 16%로, 프랑스·독일(평균 30~40%)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BBC는 기관사 노조가 오래전부터 노후 철도 인프라의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당국이 현장의 경고를 무시한 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사고 파장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지만, 외신은 다음 달 29일 조기 총선을 앞둔 페드로 산체스 총리에게 이번 참사가 치명적인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마드리드 남부 톨레도주 우르다 인근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세비야로 향하던 렌페 열차가 앞서 정차해 있던 민간 이리오 열차를 추돌하며 발생했다. 두 열차에 모두 544명이 타고 있었으며,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68명이고, 부상자는 100명이 넘는다. 한국인 10명도 나눠 탑승했었으며 이중 2명이 경상을 입었다.

최재헌 기자
세줄 요약
  • 스페인 고속열차 추돌로 최소 68명 사망
  • 통신 장애 뒤 운행 재개 지시가 원인 지목
  • 노후 인프라 방치와 투자 편중 비판 확산
2026-10-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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