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노화 연구위해 유전자 가위로 DNA 일부러 손상한다고?

유용하 기자
수정 2026-10-29 15:39
입력 2026-10-29 15:39
세줄 요약
- 유전자 가위로 DNA 특정 부위 손상 삽입 기술 개발
- 긴 DNA에서도 손상 정밀 삽입, 복구 단백질 반응 관찰
- 암·노화 원인 규명 위한 새 연구 도구로 기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DNA의 특정 위치에 원하는 손상을 가할 수 있는 기술인 ‘CGRID’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핵산연구’ 10월 28일 자에 실렸다.
서울신문 DB
사람 세포 1개에서는 하루에만 수만 건의 DNA 손상이 발생한다. 인체는 이런 손상을 고치는 복구 단백질이 있지만 이 단백질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손상이 축적되면 노화나 암 같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손상 복구 단백질들의 활동을 살펴보기 위해 DNA의 원하는 위치에 다양한 종류의 손상을 삽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DNA는 염기 분자들이 늘어선 긴 실 두 가닥이 꽈배기처럼 꼬여 있는 이중나선 구조로 단순히 염기 하나가 빠지거나 변형되는 것부터 한 가닥 또는 두 가닥 모두 끊어지는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DNA에 손상을 삽입하기 위해서 손상을 포함한 DNA 전체를 합성하거나 여러 조각을 이어 붙이는 과정이 필요했다. 문제는 DNA가 길어질수록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이 늘어났으며 방법에 따라 손상을 넣을 수 있는 위치도 제한됐다. CGRID로 이름 붙여진 이번 기술은 DNA 한 가닥만 자르는 유전자 가위 효소 두 개로 특정 구간을 제거한 뒤 이 구간을 원하는 형태의 손상을 포함한 합성 DNA 조각으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특히 긴 DNA 가닥 중 원하는 구간을 손상을 포함한 짧은 DNA로 교체하는 방법으로 기존 방식의 단점을 없앨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약 1000 염기쌍 길이 DNA에서 약 90%의 삽입 효율을 달성했으며 약 4만 8500 염기쌍의 긴 DNA에서도 원하는 위치에 손상을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긴 DNA에 염기 하나가 빠진 손상을 넣고 이를 복구하는 단백질 ‘APE1’이 이를 찾아가는 움직임을 관찰했다. 또 끊어진 두 가닥 DNA의 끝부분을 본뜬 구조를 넣은 실험에서도 복구 단백질 ‘Ku70/80’가 결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CGRID를 활용해 손상된 DNA가 히스톤에 감긴 상태에서 일어나는 복구 과정의 차이점도 쉽게 연구할 수 있다. DNA는 평상시 히스톤이라는 단백질에 실처럼 감겨 있다. CGRID 기술로 손상을 넣은 DNA를 히스톤에 감으면, 손상 부위가 바깥으로 드러났을 때와 히스톤 쪽으로 가려졌을 때 복구 단백질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할 수 있다. 연구팀은 손상의 위치와 방향에 따라 APE1이 손상을 인식하는 효율이 달라지는 것을 밝혔다.
연구를 이끈 이자일 교수는 “기존에는 연구자가 보고 싶은 손상을 원하는 자리에 삽입하는 일 자체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쉽지 않았다”며 “이번에 개발한 CGRID 기술을 이용하면 DNA가 특정 손상을 입었을 때 복구가 잘되거나 어려워지는지 살펴볼 수 있어 암과 노화로 이어지는 DNA 손상이 왜 제대로 복구되지 않는지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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