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 국정원 국정감사
국정원, 군부 대신 외교라인 주목
“항미원조 명분과 수행단 면모 괴리”
“최선희, 왕이와 긴밀한 대화”
“APEC 전후 국면 전환 대비”
“김주애, 후계 내정 단계 공고화”
“군사 활동 60%·‘주애’ 실명도 확인”
국가정보원은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중국 단둥 방문과 관련해 “항미원조 기념 이외에 다른 추가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에 대한 북한의 의중을 중국 지도부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정원은 이날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위원장 이양수)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북한 동향을 보고했다고 여야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단둥 당일치기’ 방문에 대해 “격의 없이 소통하는 북중 관계를 구현한 가운데 몇 가지 특이한 점에 주목한다”고 보고했다. 특히 “수행 인원의 면모가 항미원조 기념이라는 방문 명분과 괴리된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항미원조 부각이 목적이라면 대동했을 군부 주요 인사들이 일절 포함되지 않은 반면 최선희 외무상 등 외교 간부들 위주로 방문단이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에서도 왕이 외교부장 등 외교라인 인사들이 주로 참석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제 담당 인사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은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국정원은 “시진핑 주석의 6월 방북과 7월 북중 고위급 교차 방문으로 외형상 정상급이 풀어야 할 특별한 경제 현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과 중국의 경제 담당 인사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중국 측의 김 위원장 영접 인사가 전격 교체된 점도 주목했다. 국정원은 당초 영접 예정이었던 리창 총리가 중국 공산당 5중전회 일정 등으로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으로 교체된 것으로 파악했다. 윤 의원은 “현지 인원들도 행사 종료 시까지 리창 총리를 행사 주관자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왕 주석이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2018년 김 위원장의 첫 방중 당시부터 두 정상의 가교 역할을 맡았고, 지난 7월에도 방북해 김 위원장과 면담한 전력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 측이 북한에서 수용하기에 적합한 인사를 영접 인사로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국정원은 이러한 특징을 종합해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 항미원조 기념 외에 추가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우선 김 위원장이 평소 현장을 직접 확인하려는 성향을 고려할 때 신압록강대교를 직접 시찰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함께 “북미 대화와 관련해 북한의 의중을 중국 지도부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윤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최근 김 위원장이 비외교적 정치 행사에도 최 외무상을 수시로 대동하고, 이번 방중에서도 최 외무상을 시종일관 부각한 점을 북미 회담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정황으로 판단했다. 유 의원은 “이번 북한 측 보도에서도 최선희는 선두 그룹과 떨어져 왕이 외교부장과 긴밀히 대화하는가 하면, 심지어 서열이 더 높은 조용원이 최선희에게 김정은 옆자리를 양보하는 모습도 보여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미 대화 동향에 대해서는 “현재 북미는 대화 조건에 대한 입장 차로 아직 접촉에 이르지 못했으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 국면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러 관계에 대해서는 “고위급 소통 정례화와 신조약 후속 조치 등 전방위로 협력을 활성화해 나가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물밑 군사 협력 움직임 속 주요 무기 부품 조달 및 기술 이전 협의 가능성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도 보고됐다. 국정원은 북한이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도화와 핵물질 증산 등 핵전력 증강에 집중하는 동시에 재래식 무기체계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화력체계를 사거리별로 보강해 온 가운데 “600㎜ 초대형 방사포 등의 전방 지역 배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달 초 원뿔형 탄두 시험에서는 탄두부 경량화로 기동성 증대를 도모한 것으로 판단되나 완성도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딸 김주애의 후계 구도와 관련해서는 “2022년 첫 등장 이후 공개 활동을 시계열적으로 분석한 결과 후계자 위상을 단계적으로 각인시키고 있으며, 이는 주민 수용도를 점차 높이려는 전략으로 판단한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김주애가 “정치적 자산 축적과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될 행동을 선별하고 있다”며 “특히 군사 부문 활동이 60%에 달하고 군 행사에서만 기념 촬영을 하는 등 군 지도자 서사를 구축해 나가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또 “핵·미사일 분야에서는 실무에 관여하는 듯한 모습도 연출한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김주애의 본명이 ‘김주혜’인지 묻자 국정원장이 “김주애 실명, 김주애 맞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후계자 지위에 대해서는 “내정 단계를 더 공고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한편 국정원은 최근 1년간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산업기술 유출 사건 21건을 적발해 우리 기술의 국외 유출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초국가 범죄 대응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10월 이후 스캠 등 범죄조직원 2000명 이상을 적발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했다. 올해 3분기 스캠 범죄 발생 건수와 피해액도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손지은·박효준 기자
세줄 요약
- 단둥 방문, 항미원조 외 추가 목적 분석
- 외교 인사 중심 수행단, 영접 인사 교체 주목
- 북미 대화 의중 중국 전달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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