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로봇이 여는 ‘초자율 사회’… 남은 질문은 ‘공존’
수정 2026-10-29 00:50
입력 2026-10-29 00:09
11번째 서울미래컨퍼런스 제시한 화두
인간이 새 질서 주도해 공존 모색해야
안주영 전문기자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판단하고 로봇이 뚝딱 일을 해내는 사회. 서울신문 주최로 어제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서울미래컨퍼런스(SFC)가 ‘초자율 사회’로 명명한 미래상이다.
먼 이야기가 아니다. SF 영화 속 장면들이 속속 현실이 되고 있다. AI는 질문에 답하던 챗봇을 넘어 스스로 업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단계로 진화했고, 로봇과 결합해 제조·물류 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축사에서 “AI 혁명은 이제 미래가 아닌 현재”라고 선언했다.
변화는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의 51.8%가 이미 업무에 생성형 AI를 쓴다. 미국의 두 배 수준이다. AI 덕분에 근로시간은 평균 3.8%, 전일제 기준으로 주 1.5시간 줄었다.
그러나 아낀 시간이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기술은 빠르게 습득하지만 일하는 방식과 보상 체계는 제자리라는 얘기다.
AI 확산이 2032년까지 10년간 생산성을 2% 포인트 남짓 끌어올릴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도 나왔다. 다만 기술만으로는 판이 바뀌지 않는다. AI가 산업 전반에 빠르게 퍼지고, 교육·노동·금융시장이 유연하게 따라 움직여야 한다. 반도체와 통신 기술에서 앞서고도 낡은 관행과 경직된 구조 탓에 일본은 성장의 열매를 따지 못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AI 활용이 젊은 고학력·고소득층에 쏠리면서 격차라는 숙제도 생겼다. 생각을 AI에 수동적으로 맡기는 사람들과 AI로 업무 완성도를 높이는 사람들로 사회는 갈라지고 있다. 컨퍼런스에서 빵과 서커스에 만족해 정치를 외면한 로마 시민이 거론된 것도 그래서다. 반면 경력이 짧은 근로자일수록 AI로 시간을 더 아꼈다는 결과도 주목할 대목이다. AI가 사회적 격차를 좁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AI가 덜어 준 시간을 로마처럼 소비에 쓸지, 그리스처럼 토론과 성장에 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관건은 설계다. AI를 국가 성장 전략의 중심에 놓은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도, AI의 혜택을 모두가 누리게 하겠다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구상도 공존의 설계도 없이는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절감된 시간이 성과로 이어지도록 조직과 보상 체계를 바꿔야 한다. AI 활용에서 밀려난 저숙련·저소득 근로자의 재교육도 서둘러야 한다. 초자율 사회의 성패는 기계가 얼마나 똑똑해지느냐에 있지 않다. 인간이 새로운 질서를 얼마나 주도적으로 세워 가느냐에 달렸다.
AI와의 공존. 우리 앞에 놓인 시대적 질문이다.
2026-10-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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