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론 나오는 김재규 재심 주요 쟁점은… 당시 대법 ‘소수의견’ 힘 실리나[로:맨스]

김희리 기자
수정 2026-10-29 06:48
입력 2026-10-28 15:30
세줄 요약
- 재심 결론 12월 16일 선고 예정
- 내란 성립 여부와 절차 위법 쟁점
- 대법 소수의견·공판 테이프 재조명
연합뉴스
‘10·26 사건’ 관련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내란목적살인·내란미수 혐의 재심 결론이 오는 12월 16일 나온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사형당했다. 유족들은 지난 2020년 5월 김 전 부장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2월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최근 영화 ‘암살자(들)’ 논란으로 과거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사법부의 이번 판단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특히 내란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가장 큰 쟁점이다.
국헌문란·폭동 요건 성립 여부 핵심 쟁점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심 변호인단은 재판 과정에서 김 전 부장의 행위가 내란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 변론했다. 내란 혐의가 성립하려면 ▲국헌문란의 목적을 갖고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정도의 폭동이 있어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심 변호인단인 이영기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는 “김 전 부장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유신 독재 종식을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는데 이를 뒤집을 증거 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폭동의 요건인 ‘다중의 위력’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김 전 부장이 구상한 ‘혁명위원회’에 대해서도 원심은 국가 헌정질서를 전복하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려 했다고 봤으나, 재심 변호인들은 “사태 수습을 위한 구상이었을 뿐 기존 국가조직과 헌법 절차를 따른다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1980년 판결 당시 대법원에서도 대법관 6명은 내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당시 소수의견에는 “대통령직에 있는 자연인을 살해하는 범행에 가담·실행한 것이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그 자체를 폭력으로 전복하고 그 권한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국헌문란의 목적의 살해 범행에 가담·실행한 것으로 인정돼야한다는 견해는 우리의 경험칙 및 논리칙상 비약된 이론”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검찰은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전 부장과 김계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법정 진술 등에 비춰 봐도 대통령 시해 후 계엄을 선포하고 혁명위원회를 구성해 헌법기관을 제압하려 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내란 목적의 폭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수사 이어 재판서도 절차적 위법 있었나절차적 위법성도 재심의 주요 쟁점이다. 앞서 재판부는 재심 개시를 결정하며 “계엄사령부 소속 수사관들이 김 전 부장을 수사하면서 수일간 구타와 전기 고문 등의 폭행과 가혹행위를 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이에 더해 “당시 신군부의 불법 개입으로 재판이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1980년 판결 당시에도 김 전 부장 측은 공개재판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변호권이 박탈되고 재판 독립성이 침해되는 등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유족 측은 당시 국군보안사령부가 재판 과정을 몰래 녹음한 ‘10·26 공판 테이프 복사본’을 재심 법정에 증거로 제출했다. 녹음파일의 내용과 공판조서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 공판조서가 허위로 작성되는 절차상 중대한 위법이 있었다는 것이 유족 측의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예컨대 국헌문란의 목적 성립을 위해서는 범행 동기가 중요한 쟁점인데, 김 전 부장이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공판조서에 빠져있는 등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제대로 기록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테이프는 원본과의 동일성 등 증명력이 인정되지 않아 재심 증거로는 채택되지 않았다. 검찰 측도 결심 공판에서 이와 관련 “당시 재판의 물리적·현실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를 불법이나 위법으로 단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결과 뒤집힐 가능성… 공소기각 전망도법조계에선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재경지법의 부장판사는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을 경우엔 재심 청구 단계에서 대부분 걸러지기 때문에 재심이 개시된 후에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창현 서울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범행의 전후상황을 따져보면 조직적으로 폭동을 준비하거나, 대통령 사망 이후에 대해 대비한 정황 등이 뚜렷하지 않았다”면서 “내란 혐의 성립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선 공소제기의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 내란 혐의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장의 조카이자 유족 대표인 김성신씨는 “재심 법정에서 오간 공판 기록이 남았다는 점 자체로 큰 의미”라면서 “기록이 남아 후세의 역사 연구에 중요한 사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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