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 노화 연구의 새 지평…차광렬 줄기세포상에 하버드대 데이비드 페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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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문 기자
수정 2026-10-28 10:36
입력 2026-10-28 10:36

난포·난자 넘어 난소 기질세포의 호르몬 생성 기능에 주목…새로운 치료 전략 제시
2011년 제정 이후 세계석학 발굴…생식의학·줄기세포 연구 발전 이끄는 국제학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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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렬 차병원∙차바이오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 제13회 ‘차광렬 줄기세포상’ 수상자 데이비드 페핀 교수(왼쪽부터)
차광렬 차병원∙차바이오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 제13회 ‘차광렬 줄기세포상’ 수상자 데이비드 페핀 교수(왼쪽부터)
난임 치료와 여성 생식건강 연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제정된 ‘차광렬 줄기세포상’의 제13회 수상자로 하버드 의과대학 데이비드 페핀(David Pépin) 교수가 선정됐다. 난자와 난포 중심으로 이뤄져 온 기존 연구에서 나아가 난소를 구성하는 기질세포의 호르몬 생성 기능에 주목한 연구가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난소 노화의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모색하는 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병원은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2회 미국생식의학회(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ASRM) 학술대회에서 페핀 교수가 제13회 ‘차광렬 줄기세포상(KY Cha Award in Reproductive Medicine)’을 수상했다고 28일 밝혔다.

페핀 교수는 ‘난포 외 난소 스테로이드 생성: 난소 노화 치료 표적으로서의 기질세포 호르몬 생성(Extrafollicular Ovarian Steroidogenesis: Stromal Hormone Production as a Therapeutic Target in Ovarian Aging)’ 연구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연구 핵심은 난소 노화를 난자와 난포의 기능 저하만으로 바라보지 않고, 난소 조직을 구성하는 기질세포의 역할까지 확장해 살펴봤다는 데 있다.

난소는 난자의 성숙과 배란을 담당하는 생식기관인 동시에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을 생성하는 내분비기관이다. 나이가 들면서 난소 기능이 저하되면 생식능력뿐 아니라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난소 노화의 다양한 기전을 규명하고 기능 저하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표적을 찾는 것은 생식의학의 중요한 과제다.

페핀 교수는 난소 기질세포의 호르몬 생성 기능에 주목해 이를 난소 노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제시했다. 난포와 난자에 집중됐던 기존 연구의 범위를 넓혀 난소를 구성하는 세포들의 기능과 상호작용을 이해하려는 접근이다.

이러한 연구는 난소 기능 저하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향후 난소 노화에 대응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제 치료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질세포의 호르몬 생성 기능과 난소 노화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치료 표적으로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페핀 교수는 하버드 의과대학 외과학 부교수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소아외과 연구실 부소장으로, 난소 생물학과 여성 생식건강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캐나다 오타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여성 생식계 발생과 난소 생리, 난소암 등을 중심으로 기초연구 성과를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중개연구를 이어왔다. 특히 항뮐러관호르몬(Anti-Müllerian Hormone·AMH)이 난포 발달과 난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피임법과 난임 치료, 항암치료 환자의 가임력 보존 방안을 모색해 왔다. 2021년에는 여성 생식건강 분야 바이오기업 오비바 테라퓨틱스(Oviva Therapeutics)를 공동 창업해 난소 기능 개선과 여성의 건강수명 연장을 목표로 한 치료제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022년 미국생식연구학회(SSR) 신진연구자상, 2023년 미국생식의학회 혁신의학 강연상 등을 수상했다.

차광렬 줄기세포상은 미국생식의학회가 차병원·차바이오그룹 차광렬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의 연구 업적을 기리고 난임 치료와 줄기세포·재생의학 발전에 기여한 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해 2011년 제정했다. 아시아인의 이름을 딴 미국생식의학회의 유일한 상으로, 생식의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거둔 의사와 과학자를 발굴하는 데 의미가 있다. 제정 이후 하버드대와 코넬대,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 세계 유수 대학과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차 연구소장은 1988년 세계 최초로 미성숙 난자의 체외배양에 성공한 데 이어 1998년 난자 급속냉동 방식을 개발하고, 1999년 세계 최초로 난자은행을 설립하는 등 생식의학 발전을 이끌어 왔다. 난자 보존 기술과 난자은행은 여성의 가임력 보존과 난임 치료의 선택지를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차 연구소장의 연구 철학은 연구 성과 창출을 넘어 후속 연구자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지원 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생식의학회뿐 아니라 한국줄기세포학회와 대한생식의학회 등에서도 차 연구소장의 이름을 딴 학술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시아세포치료학회(ACTO)도 ‘차광렬 우수발표상’을 통해 유망 연구자를 발굴하고 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재생의학으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역노화 줄기세포를 활용한 ‘K-Cell’과 ‘Longevity’를 주제로 건강수명 연장과 미래 의료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차광렬 줄기세포상은 단순히 우수한 연구자를 선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난임과 여성 생식건강 분야의 새로운 연구 방향을 조명하고 차세대 연구자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페핀 교수의 수상 역시 난소 노화를 바라보는 연구의 시야를 넓히고, 기초과학의 발견을 미래 치료 전략으로 연결하려는 생식의학의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하버드대 페핀 교수, 차광렬 줄기세포상 수상
  • 난소 기질세포 호르몬 생성 기능에 주목
  • 난소 노화 새 치료 표적 제시와 후속 검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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