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할수록 더 넓어지는 그늘…내년 예산도 ‘성장’ 올인

조중헌 기자
수정 2026-10-27 16:34
입력 2026-10-27 16:34
세줄 요약
- 반도체 호황 속 3분기 성장률 예상치 상회
- 민간소비 감소·실질임금 하락으로 체감경기 둔화
- 내년 예산도 첨단산업 투자 집중, 괴리 우려
전례 없는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가계의 소비는 오히려 뒷걸음질치며 성장의 온기가 가계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성장동력 확충에 무게를 실으면서 성장과 민생의 괴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공개한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을 살펴보면 3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승용차와 가전제품 등 재화뿐 아니라 금융·음식 등 서비스 소비까지 줄어든 영향이다. 민간소비가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성장기여도 역시 2분기 0.2%포인트에서 3분기 -0.1%포인트로 돌아섰다.
반면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4.1% 늘었고, 수출도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2.3% 증가했다. 재정집행 확대로 정부 소비도 1.9%로 늘었다.
성장률 1.0%포인트 가운데 정부소비와 설비투자의 기여도는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였다. 기업의 생산설비 투자와 정부 지출이 성장을 떠받친 반면 민간소비는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이다.
가계의 구매력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지난 7월 근로자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은 431만 6000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2.5%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임금은 360만 4000원으로 오히려 0.3% 감소했다. 실질임금은 4월부터 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근로자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든 셈이다.
자영업자의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올해 상반기 자영업 폐업 건수는 62만 4000건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매출 감소와 누적된 채무 부담으로 영세 사업자들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성장과 민생의 엇박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820조원이 넘는 ‘슈퍼 예산’을 편성하면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육성에 재정 투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3대 메가프로젝트’에 21조 3000억원을 투입하고,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한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온기 확산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첨단산업의 높은 생산성이 고용과 임금 증가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다면 경제성장률과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사이의 간극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첨단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와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 조중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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