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 200㎞, 갑옷 두른 양서류가 바다를 정복했다 [사이언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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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10-27 17:30
입력 2026-10-27 17:30
세줄 요약
  • 중국 구이저우성 화석, 해양 양서류 확인
  • 게로토락스 마리티무스, 완전 해양종 판명
  • 갑옷 구조와 동위원소, 바다 생활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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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두꺼비, 도롱뇽은 대양에 흩어진 수많은 섬 어디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다.” 찰스 다윈은 1859년 펴낸 ‘종의 기원’에 프랑스 박물학자 보리 드 생뱅상의 관찰을 빌려 이렇게 적었다. 이 동물들과 그 알들은 바닷물에 닿으면 곧바로 죽어 바다를 건너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에 사는 9000종이 넘는 양서류 가운데 바다에서만 사는 종은 하나도 없다. 물과 기체가 쉽게 드나드는 얇은 피부가 짠물 속에서는 몸속 수분을 빼앗기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바다에 가장 강하다는 동남아시아의 게잡이개구리조차 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물에서 오래 지내면 체중이 줄어 민물로 돌아가 회복해야 한다.

그런데 약 2억 3700만 년 전 육지와 동떨어진 바다에서 평생을 보낸 양서류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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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3000만 년 전 바다에 살았던 유일한 양서류인 ‘게로토락스 마리티무스’가 물고기를 잡아 먹는 상상도  중국 구이저우대 제공
2억 3000만 년 전 바다에 살았던 유일한 양서류인 ‘게로토락스 마리티무스’가 물고기를 잡아 먹는 상상도

중국 구이저우대 제공


중국 구이저우 지질박물관, 베이징대 지질학과, 지질박물관,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 지구 및 행성과학과 공동 연구팀은 중국 구이저우성 관링현의 후기 트라이아스기 지층에서 나온 화석 2점을 분석해 새로운 해양 양서류 ‘게로토락스 마리티무스’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게로토락스 속은 유럽 일대 호수와 강에 살던 납작한 갑옷 양서류 한 종만 알려져 있다. 종명인 마리티무스는 라틴어로 ‘바다의’라는 뜻이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 10월 27일 자에 실렸다.

육상 척추동물은 지질시대를 통틀어 약 70차례 바다 진출을 시도했다. 포유류와 파충류, 조류에는 바다에서만 사는 종이 나왔지만 양서류는 바닷가를 오가는 수준을 넘은 적이 없었다. 동물의 ‘해양 적응’은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바다 자원을 일부 이용하는 수준이고, 5단계는 육지의 물과 먹이 없이 바다에서만 사는 단계다. 현생 양서류의 최고 기록인 게잡이개구리는 1단계, 해안 지층에서 화석이 나온 멸종 양서류도 많아야 2단계였다. 게로토락스 마리티무스는 5단계로 양서류 계통에서 처음 확인된 완전 해양종이다. 다윈의 관찰은 지금의 양서류에게는 여전히 들어맞는다. 다만 2억 3700만 년 전 갑옷을 두른 한 양서류만은 그 장벽을 넘었다.

이번 연구에는 거의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몸길이 73.7㎝의 화석이 사용됐다.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증거로 게로토락스가 바다에 살았다고 판단했다.

우선 화석이 묻힌 곳은 큰 육지에서 약 200㎞, 섬이 있었을 만한 곳에서도 30㎞ 떨어진 바다였다. 두 번째로는 바다를 떠도는 사체는 다리부터 떨어져 나가는데 이 화석은 손발뼈까지 이어진 채 남아 있었다. 먼 곳에서 떠밀려 온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살다 죽었다는 뜻이다. 결정적 단서는 뼈의 성분이었다. 동물의 뼈에는 마신 물의 스트론튬 동위원소 비율이 새겨진다. 분석 결과 두 화석의 뼈값(약 0.7078)은 당시 바닷물 값(약 0.7076)과 거의 같았고 주변 육지 암석 값과는 뚜렷이 달랐다. 바닷물을 마시며 자랐다는 의미다. 게로토락스 화석이 발견된 지층에서는 먼바다를 누비던 대형 어룡도 함께 나왔다.

게로토락스는 납작한 몸 전체를 손목, 발목까지 뼈 판으로 촘촘히 덮고 있었기 때문에 바닷물고기와 같은 방식으로 살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바닷물고기는 비늘로 수분 손실을 막고 아가미로 염분을 내보내며 바닷물을 마셔 장으로 흡수한다. 게로토락스 계통은 민물에 살던 시절부터 갑옷과 몸속 아가미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갑옷과 같은 피부 탓에 바다에서 수분 손실을 막는 방패가 됐다. 이 동물은 바다 밑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목구멍을 크게 부풀려 먹이를 빨아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해저에 숨어 사는 수염상어와 비슷한 사냥법이다.

모타니 료스케 UC데이비스 교수는 “이번 연구에 따르면 피부가 맡던 역할을 갑옷 같은 다른 구조로 옮기면 양서류도 바다에 정착할 수 있다”며 “그러나 지구가 더워져도 현생 양서류가 바다로 피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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