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어민 만난 李, 국익 위해 CPTPP 설득하는 리더십을
수정 2026-10-27 00:26
입력 2026-10-26 21:18
“비난 있어도 해야” 가입 의지 재확인
근거·피해 대책 내놓고 농심 설득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농어민 110여명과 만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을 연내에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충분히 소통한 뒤 방향을 정하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농어민과 대화 자리에 앉은 것은 8년 만이다. 논란이 된 농지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정책 본래 취지와 무관한 오해와 우려가 있다”며 농어업이 불의의 피해를 입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CPTPP가 임기 안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과제임을 숨기지 않았다. 우리가 가입을 신청해도 기존 12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해 타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득실을 따지면 손대지 않는 게 편하지만 “국가 전체를 위해 일부 비난·비판이 있더라도 해놓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연내 보류가 가입 포기는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말에는 틀린 대목이 없다. 문제는 농어민들이 대통령의 장기적 구상을 선뜻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영향분석 잠정치에서도 가입 시 농림수산업 생산은 연평균 8500억원가량, 이 중 농업만 71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자유무역협정(FTA)이 늘 때마다 농촌이 양보를 떠안아 왔다는 박탈감도 크다.
농지 전수조사로 땅값 하락과 농지 거래 위축 우려가 심각해진 것도 난제다. 시장 개방 때마다 희생을 감수했다는 박탈감과 정부 정책 변화로 생계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이 겹쳐 있다. 대통령의 몇마디 말로 농심을 달래기는 어렵다.
75개 농림축수산단체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총궐기는 미뤘지만 반대 원칙은 그대로라고 못박았다. 이들을 설득하려면 호소가 아닌 검증 가능한 근거와 구체적 대책이 필요하다. 피해 영향평가를 농어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결과를 공개하라는 비대위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개방 수준도 걱정을 키우는 대목이다. CPTPP 회원국의 농식품 관세 철폐율은 평균 96.3%로 우리가 이들 나라와 맺은 FTA(78.4%)보다 높다. 농어민의 막연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쌀 등 핵심 품목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는지 협상 전략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피해가 어디에 얼마나 생기고 어떻게 메울지도 모른 채 동의부터 구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
농지 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조사 목적과 활용 범위를 분명히 밝혀 농민 불안부터 덜어 줘야 한다. 농지 투기를 막으려는 조치로, 농사짓는 농민은 불이익이 없다는 사실을 설득해야 한다. 이 불신을 해소해야 CPTPP 논의로 보폭을 넓혀 갈 수 있다.
2026-10-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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