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김정은 대역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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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김상연 기자
수정 2026-10-27 00:26
입력 2026-10-2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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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을 암살한 소련 독재자 스탈린은 자신이 암살되는 걸 피하기 위해 여러 명의 대역을 운용했다. 스탈린을 빼닮은 배우 지망생은 수년간 스탈린의 걸음걸이, 미소, 연설 톤을 훈련받았다. 그리고 스탈린 대신 퍼레이드 등에 참석했다. 영국 장군 몽고메리는 2차 세계대전 중 노르망디 상륙 작전 계획을 숨기기 위해 자신과 닮은 영국군 중위를 북아프리카에 보내 독일군을 교란시켰다.

하지만 요즘처럼 영상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대역을 쓰는 것은 치명적인 망신살을 각오해야 한다. 그럼에도 권력자들이 대역을 쓴다는 음모론은 여전히 횡행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3년 점령지인 크림반도를 방문했을 때 공개된 영상을 두고 대역설이 제기되는 등 수시로 음모론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당시 미국과 영국 정보 당국은 대역설이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중병설이나 실각설이 퍼진 직후 행사에 나타나면 영상 조작설과 대역설이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젊은 나이임에도 음모론의 단골 손님이다. 초고도 비만으로 인한 건강이상 가능성,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이 어린 딸이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했을 때 정황상 음모론이 사실일 가능성이 희박하면 과감히 선을 긋는 게 합리적인 인간의 태도다. 그 음모론을 계속 부여잡고 있으면 대책없는 음모론자가 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쥔이 지난 19일 소셜미디어에 김정은 사망설을 올렸다. 그러자 북한은 20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김정은이 버젓이 행사에 참석한 사진을 공개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과거 사진을 재활용한 인공지능(AI) 조작”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24일 김정은이 중국 단둥을 전격 방문한 것을 보고는 “김정은의 대역이다”라는 음모론이 나왔다. 이쯤 되면 김정은이 눈앞에 나타나 손을 내밀어도 가짜라고 주장할 것 같다. 믿을 수 없는 게 아니라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김상연 수석논설위원
2026-10-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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