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길 걸은 후 발바닥 찌릿… 무너진 ‘아치’가 보내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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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문 기자
수정 2026-10-27 00:21
입력 2026-10-26 18:06

가을 산행 전 발바닥 건강 점검

발 아치 무너지면 평발·요족 유발
충격 흡수 어려워 무릎·허리 통증
배낭 무게는 체중의 10% 이하로
하산할 땐 속도 절반으로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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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산책로와 등산로마다 발길이 이어지는 그야말로 ‘걷기의 계절’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의 단풍을 즐기려 전국 명산을 찾는 등산객이 폭증한다. 그러나 무심코 내딛는 붉은 단풍길 아래에서 우리의 발은 엄청난 하중과 혹사를 견뎌내고 있다.

같은 거리의 산길을 걸어도 누군가는 멀쩡하고, 누군가는 발바닥이 찢어질 듯한 통증과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이 차이는 주로 ‘발바닥 아치(Arch)’ 때문이다.

인간의 발은 외형적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인체 구조 중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부위다. 몸 전체를 구성하는 206개 뼈 중 한쪽 발당 26개씩, 양발에 총 52개 뼈가 모여 있다. 64개 근육과 힘줄, 76개 관절, 그리고 7000여개 신경도 얽혀 있다. 한쪽 발바닥에만 약 20만개 감각 신경세포가 분포해 있어 지면의 자극을 대뇌로 실시간 전달한다.

이 복잡한 구조 중심에는 근육과 인대에 의해 지지되는 3개의 입체적인 아치가 존재한다. 뒤꿈치와 엄지발가락 뿌리를 잇는 ‘내측 세로 아치’, 새끼발가락 쪽의 ‘외측 세로 아치’, 그리고 발가락 뿌리 부분을 가로지르는 ‘가로 아치’가 그것이다. 이 아치 구조는 걸을 때 변형되며 천연 스프링 역할을 수행한다. 체중이 실려 지면에 밟힐 때는 아치가 살짝 가라앉으며 지면의 충격을 완화하고, 발을 내딛을 때는 원래의 강도와 형태를 회복하면서 지면을 밀어내는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바른세상병원 홍인태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아치가 건강해야 발과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걸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발바닥 아치는 두 살 무렵 급격히 성장하며, 6~10세에 비로소 완성된다. 따라서 어릴 때 너무 일찍 신발을 신기거나 잘못된 보행 습관을 들이면 아치의 형성 과정부터 악영향을 받는다. 더욱이 완성된 아치라 할지라도 평소의 걸음걸이, 생활 습관, 신발 선택에 의해 후천적으로 쉽게 변형된다.

안쪽으로 체중을 실어 걷는 ‘회내 보행(팔자걸음 등)’을 지속하면 발아치를 받쳐주는 단지굴근과 후경골근 힘줄이 늘어나면서 아치가 낮아지는 ‘평발(扁平足)’로 변형된다. 반대로 발바닥 바깥쪽으로만 걷는 ‘회외 보행’은 발 근육을 경직시켜 아치가 높게 솟아오르는 ‘요족(凹足)’을 유발한다.

신발과 지면 환경도 결정적이다. 쿠션이 전혀 없거나 밑창이 단단한 신발을 자주 신으면 발 근육이 충격을 온전히 흡수하느라 아치가 내려앉는다. 반대로 지나치게 푹신한 신발은 발의 안정성을 떨어뜨려 발목 인대를 약화시킨다. 여성들이 즐겨 신는 하이힐은 체중을 발가락 뿌리로 쏠리게 해 가로 아치가 무너지는 ‘넓적발(개장족·開掌足)’을 만든다.

아치가 무너지면 산행은 발에 큰 부담을 준다. 특히 하산 때 본인 체중의 3~5배 달하는 하중이 앞쪽과 발바닥으로 쏠린다.

발 아치 붕괴는 족저근막염이나 발목 염좌와 같은 족부 질환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치가 무너지면 엄지발가락이 검지 쪽으로 휘어지는 무지외반증(외반모지)을 유발하며 이는 굳은살, 티눈, 내향성 발톱으로 이어진다. 건물 기초가 흔들리면 전체가 휘어지듯, 무너진 아치는 무릎, 고관절, 허리 통증은 물론 어깨 결림 등 전신의 척추·관절 불균형으로 발전한다.

발 건강을 지키며 가을 산행을 즐기려면 배낭 무게는 자기 몸무게의 10%를 넘지 않도록 한다. 내리막길은 평지보다 속도를 절반으로 줄이고, 보행 스틱 2개를 활용해 하중을 분산해야 한다. 신발은 앞코가 뾰족하지 않고 발가락이 움직일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뒤꿈치를 고정해주고 발등을 끈으로 묶을 수 있는 신발이 가장 좋으며, 굽 높이는 깔창을 포함해 3~4㎝가 적당하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발 아치, 충격 흡수와 추진력의 핵심 구조
  • 회내·회외 보행과 신발 선택이 변형 유발
  • 무너지면 발뿐 아니라 무릎·허리 통증 확산
2026-10-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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