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어둠의 통로 맨 끝…안중근의 여덟 글자 독대하듯 마주하다
김임훈 기자
수정 2026-10-27 00:20
입력 2026-10-26 23:54
국립고궁박물관 오늘부터 특별전
1909년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단죄한 안중근 의사는 이듬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해 3월 26일 순국을 앞두고 뤼순감옥에서 남긴 여덟 글자 ‘만국공법불여대포(萬國公法不如大砲)’. 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는 뜻이다. 힘의 논리에 짓눌린 국제질서를 향한 비판이자 자주독립의 신념을 담은 안 의사의 글귀가 어두운 통로 끝에서 관람객과 마주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하얼빈 의거 117주년을 맞아 27일부터 12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독대獨對: 안중근이 남긴 여덟 글자’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전시는 지난 8월 언론에 처음 공개한 유묵 한 점에 집중한다. 어두운 통로를 지나 조명으로 강조된 글씨를 오롯이 바라보도록 공간을 꾸몄다. 관람객이 1910년 뤼순감옥의 안 의사와 독대하듯 여덟 글자에 담긴 뜻을 헤아리도록 했다.
안 의사는 재판에서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서 정당한 전쟁 행위를 수행했다며 만국공법에 따른 재판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910년 2월 14일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했다. 이후 쓰인 유묵의 글씨 왼쪽 아래에는 단지한 왼손 손도장이 선명하다. 뒷면에는 당시 뤼순감옥 초대 형무소장 구리하라 사다키치가 유묵을 받게 된 경위가 적혀 있다.
전시실 출구에서는 관람객이 평화에 대한 생각을 직접 남길 수 있다. 터치스크린 속 안 의사의 손도장에 손을 맞대고 자신이 꿈꾸는 평화에 관한 메시지를 입력하면 대형 화면에 세로쓰기로 펼쳐진다.
관람은 무료이며 매월 마지막 월요일은 휴관한다. 토요일에는 야간 개장이 운영된다.
김임훈 기자
세줄 요약
- 안중근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 특별전 개최
- 하얼빈 의거 117주년 맞아 국립고궁박물관 전시
- 어두운 통로·조명으로 독대하듯 감상 유도
2026-10-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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