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만 있으면 나도 해커” 대기업도 털렸다…“돈 안주면 개인정보 유출”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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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하 기자
수정 2026-10-26 19:26
입력 2026-10-26 12:08

국내 업체 90여곳에서 개인정보 820만건 빼내
금전 요구하며 “유출 알려지면 기업 타격”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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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가 A씨의 사무 공간을 압수수색하며 범행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가 A씨의 사무 공간을 압수수색하며 범행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대기업 계열사를 포함한 국내 업체 90여곳으로부터 개인정보와 사내 자료 약 820만건을 빼낸 뒤 피해 업체에 돈을 요구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보기술(IT)에 전문성이 없는 사람도 대규모 해킹 범죄를 저지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및 공갈, 공갈미수 등 혐의로 A(32)씨를 지난 23일 구속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피해가 신고된 업체 15곳에서 개인정보 약 90만건을 탈취하고, 이를 활용해 업체들로부터 금전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업체에는 지난 8월 해킹 피해와 관련해 관계 기관 조사를 의뢰했던 롯데케미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블로그와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해킹 기술을 혼자 익혔다. 최근 금융권 대규모 해킹에 쓰인 것으로 알려진 ‘AI 자율침투 테스트 시스템’도 이번 범행에 쓰였다. A씨는 과거 한 보안 업체에서 모의해킹 업무를 맡았던 적은 있으나 IT 관련 전공자나 전문가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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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일당이 텔레그램을 통해 피해 업체를 상대로 보낸 협박 메시지 자료 이미지. 서울경찰청 제공
A씨 일당이 텔레그램을 통해 피해 업체를 상대로 보낸 협박 메시지 자료 이미지. 서울경찰청 제공


A씨는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활용해 조직적으로 범행했다. A씨는 해킹을 직접 수행하고 피해 업체에 협박성 이메일을 보내는 총책 업무를 맡았다. 공범인 B(24)씨는 텔레그램에서 모집한 가담자 5명을 이용해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유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기업 이미지 실추, 당국의 조사, 과징금 부과, 고객의 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피해 업체를 협박했다.

경찰은 일당이 최소 90개 업체에서 개인정보 약 820만건을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을 포함해 학원, 병원, 골프장, 대학 등 다양한 업체가 피해 업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현재까지 38개 업체를 상대로 총 3억 6000만원 상당의 돈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일당이 협박한 업체나 요구 금액이 더 있는지, 협박받거나 금전을 지급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피해 업체가 더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A씨와 같은 비전문가도 AI를 활용해 다수의 기업을 상대로 대규모 해킹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가 해킹 범죄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면서 사이버 범죄 대응의 패러다임이 대폭 바뀌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장은 “해킹에 AI가 사용되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AI의 확산 속도에 맞추어 우리 사회의 사이버보안 역량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정회하 기자
세줄 요약
  • 생성형 AI 활용한 비전문가 해킹 범행 적발
  • 국내 업체 90여곳서 개인정보 820만건 탈취
  • 텔레그램·이메일로 금전 요구와 협박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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