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업자와 수술하고 요양급여 탄 의사… 대법 “사기죄”

박은서 기자
수정 2026-10-26 10:05
입력 2026-10-26 10:05
세줄 요약
- 의료기기 업체 직원 수술 보조 참여 사실 은폐
- 적법한 의료행위 아님에도 요양급여 청구
- 대법원, 공단 기망행위로 사기죄 인정
의사가 아닌 의료기기 업체 직원에게 수술 보조를 맡긴 뒤 단독 수술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해 받은 병원장에게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비의료인이 수술의 일부 행위만 도왔더라도 의사가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수 없다는 취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보건범죄단속법·의료법 위반 및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A씨 사건에서 사기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관악구 소재 병원장이자 의사인 A씨는 지난 2015~2019년 의료기기 업체 직원 B씨를 인공 고관절 수술 등에 참여시켜 의료보조행위를 하게 한 뒤, 이를 숨기고 자신이 적법하게 수술을 진행한 것처럼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4년간 이렇게 A씨가 수령한 요양급여비용은 약 9540만원에 달했다.
통상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수술인 경우 환자는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병원에 내고 병원은 나머지 공단부담금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한다.
1심은 A씨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사기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B씨의 보조 행위가 수술 부위를 벌리는 도구를 잡거나 인공관절 삽입을 위한 수술 도구를 잡아주는 등 일부의 진료 보조 행위에 그쳤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주된 의료행위는 A씨가 직접 시행한 만큼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원칙적으로 병원은 의료법에 따른 적법한 의료 행위에 대해서만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고, 비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했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자격이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A씨는 비의료인인 B씨와 함께 수술한 사실을 숨긴 채 마치 적법하게 의료행위가 이뤄진 것처럼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며 “이는 공단의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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